20대 가장, 아내와 세살배기 남겨두고 시위 도중 숨져
유엔 특별 보고관 "사망자 70명 중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
만달레이에서 저격용 소총을 들고 있는 미얀마 군인. |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오늘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할거에요. 여보, 미안해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진압군에 총탄에 목숨을 잃은 올해 25살의 친 민 뚜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아내는 세살배기 아이와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기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눈물로 만류했다.
그러나 남편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집을 나선 뒤 최대도시 양곤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결국 싸늘한 주검이 돼서 돌아왔다.
12일 미얀마 현지매체인 미얀마나우와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전날에만 미얀마 전역에서 진압군의 유혈진압으로 적어도 시위 참가자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 마궤 지역의 미야잉에서 7명이 숨졌는데 이중 3명은 30세 미만이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19살 학생이 진압과정에서 숨졌고, 인근 밍잔에서는 20대 청년이 역시 진압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군경이 연일 전국적으로 계속되는 시위 맞서 유혈진압에 나선 가운데 20대 희생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숨진 첫 민간인 사망자인 먀 뚜웨 뚜웨 카인은 20세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쓰러진 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총 맞았어"라고 말한 뒤 결국 숨을 거둔 니 니 아웅 뗏 나잉은 23세였다.
군인들이 무덤에서 시신을 탈취한 태권소녀 치알 신은 올해 나이 19세에 불과했다.
유엔의 미얀마 특별 보고관인 톰 앤드루스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 2월 1일 이후 최소 70명이 살해됐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였다고 1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이사회 회원국들이 '비상 연합체'를 구성해 군부에 대해 강력하고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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