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무력이 필수다. 그러나, 애초에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다시피 한 평화로운 세계관이 아니라면 아무리 정의를 지킨다 어쩐다 해도 살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런 세계관에서 ‘불살(不殺)’을 내세우는 이들은 엄청난 실력자거나, 성인급 인격자거나, 혹은 별종인 경우가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캐릭터가 바로 배트맨인데, 그 역시 온갖 하이테크의 도움을 다 받으면서도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갖은 고초를 다 겪는다.
그런데, 간혹 입으로는 불살을 외치면서 죽음보다 더한 폭력을 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런 캐릭터들의 손에 잘못 걸리면 평생을 죽는 것과 다름없이 살거나, 오히려 죽음을 갈망하게 될 정도다. 얼핏 박성웅 배우의 명대사 '살려는 드릴게'가 떠오르는, 적 입장에선 차라리 죽여줬으면 하는 불살맨 TOP 5를 선정해봤다.
TOP 5. 엑슬 로우(길티기어), 사슬낫은 정말 위험한 무기입니다
길티 기어 시리즈에서 개그를 담당하는 액슬 로우. 적당히 폭주족처럼 생긴 데다 사슬낫이라는 흉흉한 무기를 사용해서 얼핏 상상이 잘 가진 않지만, 그는 사람이 죽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이 시대의 보기 드문 평화주의자다. 실제로 그는 영국 슬럼가에서 피터지게 벌어지던 패싸움을 반 년 만에 종식시킨 전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캐릭터 자체는 굉장히 유쾌하고 밝으며 죽음을 싫어한다는 설정이지만, 하필이면 쓰는 무기가 낫이다. 이 낫이라는 게 실제로도 사람 손가락 한두 개 정도는 쉽게 베어버리는 데다, 사슬에 묶어 휘두르면 원심력으로 인한 가속도가 붙어 굉장히 치명적이다. 괜히 낫을 ‘사신의 무기’로 부르는 게 아니다. 거기다 로우는 발화계 능력까지 사용하며 낫으로 벤 자리를 태워버리기까지 한다. 속살에 화상을 입은 상처가 얼마나 치명적이고 고통스러울 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 사슬낫에 원심력까지 담아 휘둘러 대는 액슬 로우 (사진출처: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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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4. 야규 무네노리(전국무쌍), H빔 수준의 철골로 때리지만 검을 뽑지 않으면 불살?
야규 가문의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검성으로 추앙받은 검호, 야규 무네노리. 그 유명세에 걸맞게 센고쿠 시대를 다룬 게임에서는 단골로 출연하는데, 전국무쌍 시리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 게임에서는 승부보다는 천하를 다스리기 위한 검을 수련하는 ‘불상검호’로 나오는데, 특유의 여유로움과 어우러지면 그저 호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그런 이미지는 치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뒤로 사람들을 부려 각종 공작과 책략을 활용해 목적을 이루는 철두철미함은 둘째 쳐도, 그가 휘두르는 검만 봐도 무지막지한 것이 불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평상시에는 불살을 외치며 검을 검집에서 뽑지 않은 채 싸우지만, 그 일본도가 거의 2미터쯤 돼 보이는 거대 무기라면 문제가 다르다. 얼핏 보면 H빔 같은 건설자재처럼 보일 정도다. 게다가 가끔은 검을 뽑아 날을 휘두르기까지 하니, 이게 어딜 봐서 불살인가 싶다.
▲ 저게 검이야 건설자재야? 심지어 간혹 저 검을 뽑아 휘두르기도 한다 (사진출처: 전국무쌍 4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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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순진했던 국내 오락실 게이머들에게 잔혹함을 알려준 두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모탈 컴뱃과 사무라이 스피리츠 되시겠다. 특히 사무라이 스피리츠의 경우 국내 정발판이 아닌 일본 직수입판이 많았는데, 마무리 공격 시 그야말로 상대를 ‘끔살’ 시키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돼 신문 사회면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런 잔혹한 게임의 주인공인 하오마루가 불살을 신념으로 삼는다는 것은 꽤나 의외다. 강한 자와 결투하는 것을 취미 삼아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설정임에도, 결투 자체를 즐길 뿐 사람을 죽이는 데는 취미가 없어 날을 세우지 않은 가검을 들고 다닌다. 다만, 강베기 한 방으로 칼 든 상대를 빈사로 만드는 하오마루의 기술들을 보고 있자면, 무거운 쇳덩이로 후려치는 기술이 과연 ‘불살’일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하오마루의 일격을 제대로 맞으면 끔찍한 꼴이 나기도 하니… 그에게 당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묵념!
▲ 음... 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건 원유나 온천수 같은 거겠죠? (사진출처: 사무라이 쇼다운 소개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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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철거 도구 중 ‘레킹 볼’이라는 거대 철구가 있다. 줄 끝에 커다란 쇠공이 매달려, 이것을 휘두르며 건물을 부수는 도구다. 국내에서는 흔히 쓰지 않지만, 만화나 게임 등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상징하는 도구로 흔히 등장한다. 크기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사람 상체 정도인데, 그 크기만으로도 건물을 부수는 파워가 충분히 나온다.
이 레킹 볼을 사람에게 휘두른다면? 살짝만 쳐도 살인미수요, 휘두르기라도 하면 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KOF에 나오는 한국팀 멤버 장거한이 휘두르는 철구가 바로 이 레킹 볼 급이다. 실제로 교도소를 탈출할 때 이걸로 벽을 부쉈다고 하니까. 일단 장거한 자체는 범죄자 출신이라 딱히 불살을 내세우진 않긴 하지만 사람을 죽인 적은 없고, 그 스승이자 멘토인 김갑환은 확실한 불살 캐릭터다. 그런 이들이 아무리 격투대회라고 저런 철구를 휘둘러? 이건 출전만으로도 살인미수다.
▲ 저기... 그런 걸로 맞으면 사람이 아니라 코끼리라도 죽어요 (사진출처: KOF XIV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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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1 킹(철권), DDT에 백 브레이커, 파일 드라이버까지… 불살 레슬러 맞아?
1, 2편과 3편 이후 내용물(?)이 다르긴 하지만, 철권 시리즈 등장인물 킹은 인간말종이 널려 있는 게임 속에서 가장 인품이 뛰어난 인격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대 킹은 고아원을 운영하는 가톨릭 신부였고, 그의 마스크를 이어받은 2대 킹은 자신의 스승을 살해한 머독을 용서하는 등 성인군자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준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커녕, 싸우는 목적도 고아원을 지키거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킹이 쓰는 기술들을 보면 이게 정말 불살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다. 서로 합을 맞추고 철저한 안전수칙 하에 무대에서만 선보여야 하는 위험천만한 프로레슬링 기술을, 일반 격투가들을 상대로 맨땅에서 시전한다. 예를 들면 상대의 머리를 바닥에 박아버리는 DDT라던가, 수플렉스 자세에서 적을 머리부터 수직낙하 시키는 브레인 버스터, 척추를 무릎에 박는 백 브레이커, 살인미수 기술로 널리 알려진 파일 드라이버 등… 이 기술들을 실제 싸움에서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나 다름없다.
▲ 실전에선 금지된 살인기술들을 마구 쓰시는 '인격자' 킹 (사진출처: 철권 7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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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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