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개혁 실패 몰아가기 일고의 가치 없어…여론 경청해 필요하면 보완"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시즌2’ 개혁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야당은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LH 사건에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을 들어, 이 참에 검찰 수사권을 다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당은 원칙대로 시즌2 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권을 일부 남겨둬야 한다는 기존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개혁 시즌1은 검찰에 6대 범죄 수사권만 남기는 ‘수사권조정’이, 시즌2는 그 6대 범죄도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겨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수사권조정은 이미 입법이 끝났으며, 이후 터진 LH사태는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검찰의 수사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에는 이견이 없으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가수사본부 등 새로운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통제는 검찰이 하도록 일부 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폐 수사는 방대한 자료 분석을 해야 하고 기소 유지에 몇년씩 걸리지 않았으냐"면서 "국가적으로 큰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길을 아예 막아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LH 사건에 대해서는 "새로 바뀐 (검경 수사권 조정) 제도에 따라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이라 본다"고 했다.
민주당은 LH 사태가 여론을 극도록 악화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하되 검찰 개혁은 원칙대로 고수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LH 사건은 검찰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소를 담당하는 법률 전문가로서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본다.
특위 소속으로 중수청법을 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통화에서 "LH 사건을 들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실패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개혁의 폐해가 LH 사건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연일 강공을 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성난 민심은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서 이 정권은 무엇이 두려워 검찰, 감사원 조사를 원천 차단하는지 묻고 있다"고 했으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발본색원의 첫 단추인 수사도 정부합동조사단이 하고 검사는 달랑 1명 파견 받고서 유기적 수사 이뤘다고 보여주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전날 YTN에 출연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을 조정해서 지금이라도 중대범죄와 관련해서 6대 범죄가 아니더라도 검찰에서 수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검찰 수사권을 없애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윤 전 총장이 밝혔었다"면서 "100가지 설명보다 좋은 사례(LH 사건)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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