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강습에 시민들 KF마스크 중무장
코로나에 미세먼지까지 이중고…"이젠 마스크는 일상"
코로나에 미세먼지까지 이중고…"이젠 마스크는 일상"
서울 미세먼지 나쁨….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서울·인천·경기 전역에 11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가운데 출근길 시민들은 희뿌연 공기 속에 마스크를 바짝 당겨쓰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광진구 화양동에서 광화문 인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철민(35)씨는 "아침부터 목이 몹시 따가웠다"며 "미세먼지가 최악이라는 앱 알림이 떠 오늘은 평소 숨 쉬기 편해서 쓰던 보건용 마스크 대신 KF-94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날이 풀리면서 옷차림은 가벼워졌지만, 거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김씨처럼 촘촘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간혹 눈에 띄던 '턱스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직장인 김모(29)씨는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나왔는데 먼지가 심한 걸 보고 편의점에서 KF-94를 새로 샀다"며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얘기는 몇년째 나오는데 별로 체감은 안 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획기적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강남구 대치동으로 출근하기 위해 어린이대공원역에 들어가던 황모(40)씨는 "어젯밤에 공기청정기도 세게 틀고 창문도 닫고 잤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문제지만 미세먼지도 재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예전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마스크를 쓰면 답답했는데 코로나 사태를 1년 겪고 나니 마스크 쓰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만난 정은수(26)씨는 "지하철 안에서 한강 보는 걸 좋아하는 데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보이지 않더라"며 "코로나가 종식돼도 미세먼지는 계속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출근 |
강북구 수유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권오선(27)씨는 이날 평소와 달리 여의도로 출근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소식에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코로나19가 심각해서인지 이런 미세먼지는 신경이 덜 쓰이기도 한다"며 "어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수유역 앞에서 매일 새벽부터 나와 김밥을 판매하는 이모(56)씨는 이날 가져온 50여줄을 두시간이 넘도록 반도 못 팔았다. 이씨는 "코로나라도 잘 팔릴 땐 아침에 100줄씩 팔기도 하는데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안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숨쉬기가 힘들어 미세먼지가 심해도 마스크를 안 쓰는 편이었는데 코로나로 마스크 쓴 뒤로는 이제 벗지도 못하고 있다. 이놈의 마스크 좀 빨리 벗게 해주면 좋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미세먼지에 오래 시달려온 탓인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구로구 집에서 서초구 직장으로 가던 최정자(34)씨는 "원래 자가용으로 출근하는데 오늘은 미세먼지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지하철을 탔다"며 "이제 코로나와 미세먼지는 일상이라 특별히 감흥이 없기도 하다"고 했다.
앞서 환경부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 전역에 초미세먼지(PM2.5)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삼가고, 외출도 되도록 자제하되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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