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용인 아동학대 사건 등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 부족으로 일이 몰리고, 높은 업무 강도에 아동학대 업무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 업무 직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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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매년 늘고 있지만, 현장은 인력난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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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던 초등학생 조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부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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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2명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160여명의 아동이 폭행과 학대로 숨졌다. 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사례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로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해마다 늘었다. 2007년 5581건이었던 아동학대 사례는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504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9년에는 3만45건으로 3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에선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기준(연간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접수 50건당 1인)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조사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영역이 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민간이 맡아온 현장조사를 공공에 이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보건복지부의 기준을 맞춘 곳은 24%(56곳)에 그쳤다.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은 곳도 45%(102곳)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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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행정 업무 동시에 도맡아"…공무원들 사이 기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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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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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인력 보강 및 전문적인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사회복지 공무원이라고는 하지만 ‘아동학대’에는 익숙지 않은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B씨는 “기본적으로 24시간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에 출동하게 업무가 되어있는데 그러다보면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피로도를 호소했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른 일들을 동시에 도맡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행정업무도 병행하고 있다”며 “현장과는 완전히 다른데 업무가 분리되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미 아동학대 관련 업무에 대한 기피 분위기도 있다. 가해자라고 신고를 받은 이들로부터 욕설이나 협박을 듣기도 한다. B씨는 업무 수행을 하다 멱살을 잡힌 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아동학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경우엔 다른 공무원들처럼 순환보직 배치를 하기보다 한 곳에 꾸준히 근무하며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그에 따른 충분한 인센티브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독일은 전문가주의를 내세워 10년 이상 한 동네에서 아동학대만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며 “동네에 누가 살고 어떤 사건이 있는지 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학대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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