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당했거나 학대 피해 자녀 둔 부모들
“자꾸 생각이나 밤에 잠을 못 이뤘다”
테라피스트 “‘혼자 아냐’ 메시지 전달에 주력”
“아픔 대한 공유 통해 치유했다” 후기 올라와
지난 9일 그림책 테라피스트 임모(36) 씨가 아동학대 피해를 입은 부모들을 상대로 줌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임모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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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아동학대를 겪은 부모들이 그림책 테라피 등을 통해서 스스로 피해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극적인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아동학대로 인한 피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마음의 상처를 덜어내고 일상으로 되돌아가려는 시도가 민간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 테라피스트 임모(36·경기 파주) 씨는 지난 9일 온라인 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아동학대 피해 부모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 테라피를 진행했다. 국민적 공분을 산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본인이나 자녀가 겪은 경험담들이 이어지면서 비슷한 과정을 겪었던 임씨는 재능기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우리 나이로 일곱 살과 여섯 살, 연년생 자녀를 둔 임씨 역시 아동학대 피해 부모였다. 2019년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학대 피해를 입었으나 이를 신고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당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임씨는 “아동학대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있기는 했는데 당사자가 되는 건 달랐다”며 “저희 아이가 학대 피해자가 되니 자꾸 생각이 나 괴로워서 밤에 잠을 못 자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림책 테라피는 그림책을 매개로 스스로 직면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돌아보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는 일종의 심리 치료다. 임씨는 사전에 선정한 그림책 다섯 권을 낭독하고 때로는 참가자들에게 반복되는 구절을 따라 읽게 하거나 동작을 따라하는 식으로 그림책 테라피를 진행했다.
책을 읽은 뒤에는 각자 떠오르는 감상이나 경험 등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스스로 치유를 하게끔 도왔다고 한다. 임씨는 “아동학대를 겪으면 ‘나만 이런가’하는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며 “이날은 ‘혼자가 아니다’, ‘외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어린 자녀들과 부모들은 감정 등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탓에 아동학대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이어진다. 부모가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아이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임씨의 설명이다. 임씨는 “엄마, 아빠가 회복을 해야 가정도 건강해질 수 있어 계속 침체되거나 우울해 할 수는 없었다”며 “아동학대는 금방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 길게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에 학대 경험을 털어놔도 되는지 고민이 더해져 그림책 테라피에 선뜻 참여하기를 망설이는 부모들도 있었다. 때문에 임씨는 온라인 회의 프로그램이지만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끈 채 대화로만 참여하도록 했다.
그림책 테라피가 끝난 직후에는 “예쁘고 아름다운 책들을 알게 돼 좋았고 그 책을 함께 읽으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게 되어 더 좋았고 각자 나름대로의 아픔에 대한 대화를 통해 공유하고 치유할 수 있어 더더욱 좋았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임씨는 이 같은 모임을 좀더 늘려갈 계획이다. “평일 오전에 처음으로 그림책 테라피를 진행해 2명만 참가했다”며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평일 저녁이나 주말 등에도 주기적으로 그림책 테라피를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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