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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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아서 지금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당대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차기 대선 1년 전인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퇴임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임기 중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묻는 질문 등에 이런 답변이 나왔다.
대표직을 떠난 그는 대선 판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4·7 재·보궐 선거의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그리고 이 선거를 치른 뒤엔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7개월간의 당 대표 기간 동안 그는 한때 40%에 달했던 대선 후보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했다. 자신에겐 야심작이었을지 몰라도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는 지지율 추락의 주범이었다. 그는 이날 사면 건의에 대해 “언젠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었다. 국민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한다는 아픈 공부가 됐다”고 했다. 또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제 부족함과 정치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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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대표직을 떠나는 그에게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작은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오는 5월 전당대회 때까지 김태년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지만, 이번 재·보선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치르는 ‘이낙연의 선거’란 관측이 많다. 박원순·오거돈 전직 시장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지난해 11월 당헌·당규 개정과 공천 강행을 주도한 이도 이 대표 본인이었다.
재·보선 성적표는 대선 후보로서의 그의 앞길에 짐이 될 수도,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이날 오전 박영선(서울시장)·김영춘(부산시장) 등 재·보선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수여했고, “선거는 몇 가지 이벤트나 전략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진심을 가지고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 이상의 전략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강력한 경쟁자 중 한 사람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커피 독대’를 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대표를 맡아 당을 잘 이끌어주셨다. 공수처 설치, 4·3 특별법 등 집권여당으로서 굵직굵직한 입법 성과도 남기셨다”고 이 대표에게 덕담을 했다. 앞서가는 이 지사 외에도 이 대표는 지역(호남)·경력(총리) 등 여러 면에서 닮은 정세균 총리의 추격도 따돌려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당대표실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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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지지율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이달 초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등도 이 대표의 반등을 위축시킬 악재들로 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최근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할 만큼 그분을 잘 모른다. 검찰총장 임명장 받고 바로 그다음 날 총리실에 인사하러 오셨던 것이 접촉의 전부”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급등에 대해선 “국민의 마음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퇴임식을 대신해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위 토론회’를 열었다. 자신의 대표브랜드인 ‘신복지’를 강조하며 “2030년에는 만 18세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온종일 초등학교제’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이 “신복지와 혁신성장”이라며 “(총리 시절) ‘화·이·팅’이란 건배사를 들었다. 화내지 않고, 이기려 하지 않고, 팅기지 않는 것이 이 총리의 이미지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실시간 방송한 민주당 유튜브 대화창에는 “이제부턴 세게 가요 대표님“, “더 속 시원한 행보를 기대한다” 같은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재임 동안 당내 조직 기반을 다진 건 큰 성과다. 그가 개최한 이 날 토론회엔 민주당 의원 66명이 몰려들었다.
심새롬·남수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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