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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에 친구 잃은 이들의 호소…“나라가 음주운전 살인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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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귀가 중 음주운전 차량에 숨진 대만인 유학생 / 검찰, 8일 결심공판서 징역 6년 구형 / 친구들 “이 고통을 언제까지 설명해야 하느냐” 울분

세계일보

지난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당시 28세)씨의 친구들이 지난 1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음주운전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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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귀가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당시 28세)씨의 친구들은 8일 “대한민국은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외치고 있다”고 거듭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언제까지 피해자가 나서 호소를 해야 하느냐며, 국가가 음주운전 살인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만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에 대한 A씨(50대)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6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보행자 신호등 초록불에 맞춰 길을 건너던 쩡씨를 치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79%로 조사됐으며, 제한속도 시속 50㎞인 구간에서 시속 80여㎞로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2년과 2017년에도 각각 한 차례씩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적 있다.

이날 재판에서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은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나 물적 피해를 발생시킨 전과가 있다”며 “피해자의 부모님은 여전히 깊은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피고인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유일한 자식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한국에서 다시는 음주운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모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음주 수치가 비교적 높지 않았고, 하드렌즈가 빠져 당황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쉬이 만날 수 없는 탓에 유족과의 합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합의를 위해 대만 현지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한 점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쩡씨의 친구들은 검찰의 징역 6년 구형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모씨는 “사고 후 20만명 이상이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하는 국민청원에 동의했고, 10여개국 100여명의 친구들도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며 “단순히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정의를 바라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분노하는 이유를 댔다.

이어 “음주운전에 의해 누군가 목숨을 허망하게 잃고, 그 주변 가족들과 지인들이 겪은 고통 혹은 그 이상을 겪어야 한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법 제도가 이들의 억울함을 해소해주지 못해서, (피해자들은) 국민청원으로 호소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박모씨도 “대한민국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잘못된 법과 사회의 인식이 친구의 목숨을 빼앗아갔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구의 부모님께서 한국이 음주운전을 처벌하지 않는 ‘무법천지 후진국’이라 생각하시더라도 제가 동의할 것 같다”면서, 향후에도 음주운전으로 몇 명이 더 희생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쩡씨의 또 다른 친구인 최모씨는 “대한민국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외치고 있다”며 “국회의원, 검사, 판사 등은 국민의 고통을 듣기는커녕 음주운전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계속 일어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다른 비슷한 일을 겪은 분들도 매일 품고 사는 이 고통을 언제까지 설명해야 하느냐”며 “언제까지 공론장에서 소리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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