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피하려 고용한 로비스트 “군부, 미국과 관계개선 원해”
군 고문으로 NLD 정치인 사망…연방의회에 ‘사형’ 경고도
총 앞세우고 대학 진입하는 군 미얀마 군경들이 지난 7일 방패와 총을 들고 만달레이기술대학교 안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혀있다. 만달레이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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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유명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등 이미지 조작에 나섰다. 그러나 뒤에서는 반기를 든 정치인을 고문하고 민가에 총을 쏘는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한 폭력적인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무력 진압으로 50명 이상 숨졌지만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8일부턴 전국총파업도 시작됐다.
가디언 등은 7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가 이스라엘 군정보기관 출신의 로비스트 아리 벤메나시와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벤메나시는 이스라엘 군정보기관에서 일하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로 변신했다. 벤메나시의 고객 중에는 짐바브웨의 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와 수단의 군사정권, 베네수엘라와 튀니지의 대통령 후보 등이 있었다. 가디언은 벤메나시가 미얀마 군부로부터 거액을 받았고, 국제사회로부터 제재가 풀릴 경우 추가금액을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벤메나시는 즉각 미얀마 군부를 위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벤메나시는 7일 로이터통신과 전화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얀마 군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이 고용됐다”며 “군부 장군들은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한 뒤 정치를 떠날 것이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며 중국과는 거리를 두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군부는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또 그는 “로힝야족 학살에는 아웅산 수지 전 국가고문이 알려진 것보다 더 깊이 관여돼있다”며 “군부 장군들은 로힝야인들이 돌아오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학살을 수지 전 고문의 책임으로 돌리고, 쿠데타 중국 배후설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가짜뉴스도 퍼지고 있다. 관영매체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지난 3일 시위 도중 숨진 19세 여성 쩨 신이 머리에 입은 총상은 경찰이 사용하는 총알로 생길 수 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인터넷이 차단된 시간대(오전 1시~오전 9시)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돼 배후에 군부가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밖으로는 이미지 쇄신을 꾀하지만 시민들에 대한 탄압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는 7일 수지 전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정치인인 킨 마웅 랏이 전날 군경에 끌려간 뒤 고문을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군정은 관영매체를 통해 NLD 의원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결성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해 반역죄로 사형 또는 징역 22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얀마나우는 “NLD 소속 인사들을 체포하는 과정에 군경이 민가에 총을 발포하고 섬광수류탄까지 사용했다”며 “군부는 가장 악랄한 방법을 동원해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과 미얀마정치범지원연합은 “쿠데타 이후 1700명 이상이 구금돼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7일에는 수만명이 군부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고, 총노조연합은 8일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전국총파업을 시작했다. 이날 미얀마 군경은 또다시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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