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고문으로 사망"…8일 총파업 앞두고 백색테러 시위동력 약화 노려
중부 바간서 또 실탄 사격…군정 수치측 인사들에 "반역죄, 사형도 가능" 경고
양곤의 시위대가 군경이 발사한 최루탄을 피하고 있다. 2021.3.7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규탄 시위대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폭력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
낮에 시위대를 상대로 무차별 실탄사격까지 서슴지 않은 데 이어, 밤에는 주요 인사들의 집에 무단 침입해 체포한 뒤 고문까지 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부 시위를 주도하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진영 인사들과 시민 운동가들을 압박해 시위 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현지 언론 이라와디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양곤 파베단 구(區) 의장인 킨 마웅 랏(58)이 전날 밤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NLD 관계자도 전날 밤 군경에 의해 당 관계자 일부가 체포됐음을 확인했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전날 밤 양곤 시내에서 포착된 군경의 모습. |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전날 밤 양곤의 곳곳에서 군경이 섬광 수류탄 등을 사용하면서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NLD 소속 시투 마웅은 페이스북에 "군경이 NLD 공보담당인 마웅 마웅을 잡으러 왔지만 찾지 못했다"면서 "그의 동생이 군경에 맞고 거꾸로 매달린 채 고문을 당했다"고 적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5일엔 중부 마궤 지역의 한 마을에서 군부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지지자 약 25명이 NLD 지역 대표와 가족, 친지 등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NLD 지역 대표와 17세인 조카가 숨졌고, 친지 5명이 흉기에 찔리는 등 부상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는 성명을 내고 전날 현재 1천700명 이상이 체포됐다면서 "군경이 주택가로 들어와 시위대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주택에 총격을 가하고 많은 기물을 파손했다"고 밝혔다.
군정이 NLD 인사들을 대상으로 야간체포 및 테러에 나선 건 시위동력 약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얀마 내 9개 부문 노조 연합이 9일부터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일 예정인 것과도 관련돼 있다.
이들 노조는 쿠데타 종식을 위해 미얀마 경제를 멈춰 세워 군부에 타격을 주자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양곤 노스오깔라빠에서 열린 사망자 추모식 현장 |
군경은 시위대에 대해서도 폭력 진압을 이어갔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군경이 이날도 최루탄관 섬광 수류탄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했다.
SNS에는 군경이 시위대 3명을 향해 곤봉 등으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하는 장면도 올라왔다.
수 만명이 시위에 나선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수 명이 다치고, 최소 7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얀마 최대의 불교유적지가 있는 바간에서도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 및 고무탄을 발사하면서 수 명이 다쳤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군정은 관영 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를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지 않으려거든 시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군정은 또 NLD 의원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결성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해서도 반역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사형 또는 징역 22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의 '뒷배'로 여겨지는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사태와 관련, "중국은 미얀마의 주권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각국과 접촉해 긴장 완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에 고용된 한 국제 로비스트가 군부는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아리 벤메나시는 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군부가 체포해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군 장성들의 시각에서 볼 때 지나치게 중국과 가까워졌다면서 "중국 쪽으로 붙을 것이 아니라 서방과 미국 쪽으로 가까이 가야 한다는 (군부 내의) 실제적 압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군부)은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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