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전 장관 기소하며 공포정치…지지자들 ‘백색테러’
19세 여성 시신 도굴·부검 뒤 “경찰 총알과 달라” 사인 왜곡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가 문민정부 시절 임명된 장관을 기소하면서 공포정치를 강화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6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임명한 투라 아웅 코 전 종교장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고 국영 MRTV에 밝혔다. 군부가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부패 혐의로 문민정부의 내각 각료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부 내 반부패위원회는 소송을 통해 아웅 코 전 장관에게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군부가 지난 1일 문민정부의 재정 남용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다른 전직 장관들을 줄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NLD 소속 지역 정치인이 군부에 끌려가 고문당한 뒤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양곤 파베단 구의장인 킨 마웅 랏(58)이 전날 밤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고문을 당한 뒤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군부는 반쿠데타 시위 사망자가 안장된 지 하루 만에 시신을 파헤쳤다. 이라와디는 지난 5일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직원에게 총을 겨누고 이틀 전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사망한 쩨 신(19)의 시신을 도굴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당국이 시신을 검시한 뒤 다시 매장하고 시멘트로 봉인했다고 전했다. 국영TV는 이날 부검 결과 고인의 머리 뒤쪽에 1.2㎝ 크기의 납조각이 발견됐다면서 “경찰이 쓰는 총알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군부가 고인의 사인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군부 지지자들이 ‘백색테러’를 벌여 두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얀마나우는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 25명이 지난 5일 미얀마 중부 마궤지역의 한 마을에서 NLD 지역대표와 일가친척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이 일로 53세 지역대표와 17세 조카가 사망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지난해 11월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NLD 후보에게 진 인물이다.
현지에서는 군부가 다시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난 5일 안전 공지문에서 “24시간 인터넷 차단과 단전 조치를 수반한 계엄령이 조만간 선포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달 8일에도 양곤과 만달레이 등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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