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권력 성범죄 성찰도, 피해자 배려도 없어”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입장발표와 함께 ‘스피크업 시민위원회’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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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가장 큰 과오는 성희롱에 대해 흠결이 있었다 해도 아무 설명 없이 황망하게 떠나버렸다는 사실”이라며 “박 전 시장의 족적은 눈부시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피해자의 상처에 대한 고려 없이 ‘박원순’이란 이름을 ‘선거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후보는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보궐선거가 박 전 시장의 유고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정치인으로서, 특히 여성 후보로서 기본 의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가능하면 민주당 후보도 명확하게 이 부분에 입장을 내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후보는 회견에서 “성평등은 제도뿐 아니라 일상 문화에 깊이 배어들어야 한다. 모두가 손들고 (성평등을) 말할 수 있는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도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 인간이 완전무결할 수 있겠나” “박 시장의 족적은 눈부시다”고 그를 두둔하는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의 조사 내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구체적으로 (범행 내용이) 어떤 부분인지 명확하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시민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거듭 “실수”나 “흠결” 등으로 축소 표현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피해자가 무차별한 정쟁과 선정적 보도의 가능성을 살펴 성범죄 고발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훈계도 내놨다. 김 후보는 “사회 유명인사에 대해 (성범죄 사실을) 밝힐 때는 신중해야 한다. 항상 그렇듯 선정적인 언론이나 정파와 관련되면 금방 정치적 공격이 있어서 며칠 만에 한 사람을 매장시킨다”라며 “미투 운동은 그런 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미투 운동은 김 후보가 말하듯 ‘흠결’이나 ‘실수’를 지적하는 수준이 아니라 성범죄 고발이 핵심”이라며 “고위공직자의 성비위가 이번 보궐선거의 직접적 원인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범여권에서는 득표전략으로 박원순을 호명하는 정치인이 늘면서 피해자의 존재는 지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김 후보의 발언은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권력형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태도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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