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의 총을 맞고 사망한 반쿠데타 시위 참가자들을 기리기 위해 6일 양곤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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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가 문민정부 시절 임명된 장관을 기소하면서 공포정치를 강화했다. 군부는 반쿠데타 시위 희생자의 시신까지 파헤쳤고, 군부 추종자들의 ‘백색테러’도 발생했다. 군부가 곧 계엄령을 선포해 유혈진압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얀마 군부는 6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임명한 투라 아웅 코(Thura Aung Ko) 전 종교장관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고 국영TV에 밝혔다. 군부가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부패 혐의로 NLD 내각 관료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부는 성명에서 아웅 코 전 장관이 뇌물을 받고 개인에게 종교적 칭호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아웅 코 전 장관은 반무슬림 혐오단체를 불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군부 내 반부패위원회가 소송을 걸면서 그에게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군부는 문민정부의 재정 남용 혐의 조사에 착수한 만큼, 다른 전직 장관들을 줄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군부는 반쿠데타 시위 사망자가 안장된 지 하루 만에 시신을 파헤쳤다.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지난 5일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와 묘지를 지키던 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사망한 쩨 신(19)의 시신을 탈취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당국이 묘에서 시신을 꺼내 검시한 뒤 다시 매장하고 시멘트로 봉인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고무장갑과 수술가운 등이 널려 있었다.
미얀마 국영 MRTV는 이날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머리 뒤쪽에 1.2cm 크기의 납조각이 발견됐다면서 “경찰이 쓰는 총알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군부가 고인의 사인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쩨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지난 3일 군경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고인의 장례식에 수백명이 참석해 추모했다.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는 저항의 상징이 됐다.
군부 지지자들이 ‘백색테러’를 벌여 17세 소년 등 마을주민 두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얀마나우는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 25명이 미얀마 중부 마궤 지역의 한 마을에서 지난 5일 NLD 지역대표와 일가친척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53세 지역 대표와 17세 조카가 사망했고, 나머지 친척들은 칼과 새총 등에 부상을 입었다. 한 생존자는 “그들이 다 죽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지난해 11월 총선 때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NLD 후보에게 진 인물이라고 미얀마나우가 전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경은 살해자들을 체포하는 대신 시신을 탈취하려 했다고 이라와디가 전했다. 마을 주민들이 시신을 보호하고 나서면서 군경은 시신을 가져가지 못했다.
현지에서는 군부가 다시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난 5일 안전공지문에서 “24시간 인터넷 차단과 단전 조치를 수반한 계엄령이 조만간 선포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면서 “외교단, 유엔 사무소, 언론 매체도 관련 소문을 알고 있으나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달 8일에도 양곤과 만달레이 등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6일 양곤에서 열린 반쿠데타 시위에서 군부가 쏜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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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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