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던 ‘에인절’ 치알 신이 지난 3일 군부의 무차별 총격 진압을 피해 몸을 낮추며 주변을 돌보고 있다. 치알 신은 이날 총탄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2021.3.5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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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시위 상징 된 19세 치알 신
장례식 다음날 트럭 탄 군인들 시신 도굴
“경찰 총탄 아니다” 사인 조작 위해 훔쳐가
태권도와 춤을 사랑한 미얀마의 19세 소녀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목숨을 잃은 가운데 군부가 그 시신을 도굴까지 한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군이 경찰의 실탄 사격을 은폐하기 위해 이 같은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돼 군부의 잔혹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ㅏ.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현지시간)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지난 3일 쿠데타 반대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치알 신의 시신을 도굴해갔다.
당시 군인들은 트럭을 타고 와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이 같은 행각을 벌였다.
미얀마 당국이 도굴한 묘지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들 - 미얀마 군부가 시위 중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의 묘를 장례식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도굴해 시신을 파낸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021.3.6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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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로 거행된 치알 신의 장례식 다음 날 벌어진 일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6일 목격자와 다른 독립 매체인 ‘미지마 뉴스’를 인용해 미얀마 당국이 전날 군경의 호위 하에 치알 신 묘에서 관을 들어 올린 뒤 시신을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하고 나서 다시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승용차 4대와 트럭 4대에 나눠 타고 온 군경 등 최소 30명과 전동 공구가 동원됐으며 현장에서 버려진 고무장갑과 부츠, 수술 가운 등이 발견됐고,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얀마 당국이 도굴한 묘지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들 - 미얀마 군부가 시위 중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의 묘를 장례식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도굴해 시신을 파낸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021.3.6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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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치알 신의 머리를 벽돌로 받치기도 했다”면서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날 오전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국이 치알 신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미얀마 19세 소녀 - 지난 3일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군경의 총격에 사망한 19세 여성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에인절’(Angel) 또는 ‘치알 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여성의 사연을 전하면서 이 문구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1.3.4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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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Angel)로도 알려진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해 이 문구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료 시위대는 물론 해외 언론인이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추모 글이 쇄도했다. ‘미얀마의 전사’라는 표현도 나왔다.
- 지난 3일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군경의 총격에 사망한 19세 여성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에인절’(Angel) 또는 ‘치알 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여성의 사연을 전하면서 이 문구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1.3.4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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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은 앞서 지난달 9일에도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인을 조작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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