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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마 당신은 아직 모르시겠죠.
당신의 아들이
소위 경찰이라고 하는 자들을 향해
’무고한 시민을 해치지 말라‘며
맞섰다는 것을요.’
미얀마에서 민주화 시위 도중 숨진 한 시인(詩人)이 생전에 남긴 시가 5일(현지 시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 불의(不義)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트위터 등 SNS에서는 미얀마 시인이자 사회 운동가였던 크 자 윈(K Za Win) 씨의 ‘교도소에서 온 편지’라는 시가 퍼졌다.
트위터에 올라온 정보들에 따르면 윈 씨는 2015년 미얀마의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1년 1개월 간 감옥살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당시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주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지만 군경은 당시에도 무력으로 진압했다. 윈 씨도 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투옥됐고, 감옥에서 시를 쓴 것으로 보인다. 윈 씨는 자신이 감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유언의 형식으로 이 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폭력과 불의에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5년 전 쓰인 시지만 현재 미얀마의 상황과 몹시 흡사해 시민들 사이에서 반향이 일고 있다.
윈 씨는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 정부를 밀어내고 정권을 잡자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3일 미얀마 중부지방인 모니와(Monywa)에서 거리 시위를 벌이다 군경의 진압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윈 씨가 숨진 뒤 그와 가까운 주변인이 미얀마어로 쓰인 이 시를 영어로 번역해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에는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로 추정되는 시신을 경찰이 끌고 가는 사진, 동영상도 올라왔다.
미얀마 누리꾼들은 윈 씨의 사연에 슬픔과 분노를 나타냈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윈 씨를 ‘영웅(hero)’이라고 부르며 ‘그를 잊어선 안 된다’고 애도했다.
교도소에서 온 편지 - 크 자 윈(K Za Win)아버지에게,
배가 잘려나간
그 강에
전쟁이 선포됐어요.
언덕 위에 아주 작은 우리 집이 있는. 그렇죠?
바로 집 앞에서
당신은 누군가를 찾을 겁니다.
제방의 막대기를 들고
당신을 도울 누군가를.
강을 곧게 펴기 위해,
강의 잘려나간 부분을
모래주머니로 다시 채우기 위해.
대나무 창처럼 솟아오르는
탁한 물줄기 속에서,
당신은 참깨 밭을
응시하고 있겠죠.
수확할 준비가 된
열매가 가득한.
그리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겠죠.
곧 거둬들일
당신 입 속의 한 움큼의 쌀을.
아마도 당신은
종교에서 위안을 찾을 거예요.
우리의 다섯 적들을 생각하며.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아들이 채울 수 있는
빈 자리를 생각하겠지요.
아들 하나, 딸 둘, 아들 하나;
맏이는 감옥에 있는 시인이죠.
첫째 딸은 학교 선생님이구요,
둘째는 졸업해서 부엌에 있네요,
막내는 아직 학생입니다.
당신의 시인 아들,
바로 그는 당신이 잡초를 뽑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용서하지 마세요, 아버지.
아무것도!
“아들아,
왜 너의 목소리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느냐?”,
당신은 전화기 너머로 물었죠.
“전 지금 버스 정류장에 있어요.
신문사에 원고를 보낼 참이거든요.” 나는 거짓말을 했어요.
독안에 든 당신의 거짓말쟁이 아들로부터
“우리의 자비로운 농부들에게…”라며
혀끝으로
당신을 현혹시킬 폭도들에게.
왜냐면, 그들은
당신을 몰래 데려오길 원해요,
그들 모두를 증오하세요, 아버지.
그들 모두를 증오하세요.
도둑은
무기가 없어요.
폭도는
완전 무장했어요.
만약 도둑들을 통치할 수 없다면,
만약 폭도들을 통치할 수 없다면,
정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정글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산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강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들은 마치 코코넛을 갈아먹는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라를 사랑해요.
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갉아가며
코코넛 우유를 짜내는 것처럼.
그들은 볏짚을 쌓고 쌓아서 왕좌를 높이고,
부처님의 이마에
총을 겨눌 겁니다.
그들은 무지합니다.
만약 그들을 욕하려 할 때
당신의 종교가 이를 막거든
나로 하여금 차라리 종교를 버리도록 해 주세요.
나는 당신을 대신해
퍼부을 거예요.
아마 당신은 아직 모르시겠죠.
당신의 아들이
소위 경찰이라고 하는 자들을 향해
‘무고한 시민을 해치지 말라’며
맞섰다는 것을요.
언젠가
도둑이 아닌 당신의 아들이
폭도도 아닌 당신의 아들이
당신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당신과 함께 잡초를 뽑을 수 있기를.
지금은, 아버지,
밭을 계속 응시하세요.
당신이 맨 손으로 일군 그 밭을.
그리고 노래하세요.
농부의
노래를.
영원토록 당신의,
아들
언제나 당신의 벗인
아들 크 자 윈으로부터
타야와디 감옥 10구역 1번 방.
A letter from a jail cell -K Za Win
Dear Father,
the River, whose stomach
was cut open,
has declared war
on our tiny house on the bank, hasn‘t she?
Right in front of the house
you must be looking out for someone
who will help you with
embankment poles
to straighten the river,
to fill her holes with
sandbags.
In the murky water,
which rises like a bamboo lance,
you must be gazing at
the sesame plantation-
laden with fruits
ready for harvest.
You must be thinking
a fistful of rice in you mouth
is about to be fingered out.
Maybe you will find solace
in religion, contemplating
our five foes.
Maybe you will
think of the void
a son’s labour can fill.
One son, two daughters and one son;
The eldest is a poet in prison,
the first daughter, a school teacher,
the second, a graduate in the kitchen,
the youngest, a student.
You poet son,
is he even employable
as the dah you use to clear weed?
Forgive nothing, Father.
Nothing!
“son, Pho Chan,
why do I hear noises behind you?”,
you asked on the phone.
“I am at the bus stop
to post a manuscript to a journal,” I lied.
From you liar son in the dock
to thugs who sweeten you
with the tips of their tongues,
“To our benefactor peasants…”,
because they want to have you from behind,
hate them all, Father.
Hate them all.
A thief is
unarmed.
A thug is
armed to the teeth.
If thieves are ungovernable,
if thugs are ungovernable,
what‘s the point of government?
Whatever happens to the jungles
whatever happens to the mountains
whatever happens to the rivers
they don’t care.
They love the country
just the way they love to grate a coconut,
from inside out,
for coconut milk.
Plinth by plinth, to make their throne taller,
they will point their guns at the urna
on the Lord Buddha‘s forehead.
Their class is that crass.
To cuss at that class
if your religion forbids you
allow me to lose that religion.
I will turn the air blue
on your behalf.
Maybe you don’t know yet.
your son was
set up
for demanding the so-called police
not to harm ordinary citizens.
Someday
your son, who is not a thief
nor a thug
will become employable,
good as your dah that clears weed.
For now, Father,
keep gazing at the plantation
you‘d ploughed with your naked shoulders.
Keep singing
the anthem of
The Peasant Union.
Yours ever,
K Za Win
Cell 1, Section 10
Thayawaddy Prison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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