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2005년 합동수사본부 설치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투기 세력과의 유착·사전 정보 이용한 비리 대대적 적발
1990년 7월 전국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검사회의 |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태 진화에 나섰다.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조사단은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이 100만㎡를 넘는 과천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등 총 8곳을 전수 조사한다.
조사 대상자는 국토교통부와 LH를 비롯한 신도시 조성에 관여한 공기업 직원, 3기 신도시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시 등 해당 기초 지방자치단체 8곳의 신도시 담당 부서 공무원이다.
정부는 우선 국토부와 LH 직원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여 내주 중반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5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과거 1·2기 신도시 조성 때도 공무원들의 투기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모두 검찰이 합동수사본부(합수부)를 설치해 부동산 투기 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발 예정 용지를 미리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했다.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검찰은 1990년 2월 합수부를 설치에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수사 1990∼1991년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천여명을 적발해 987명을 구속했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1991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도시 아파트 부정 당첨자 167명 가운데 당시 현직 공무원 10명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5년 9월 검찰 부동산투기 사범 특별단속 중간 수사 결과 발표 |
2003년 참여정부(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또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또다시 부동산 투기 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15년 만에 두 번째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했다.
특히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에는 공무원이 27명이나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뇌물을 받고 기획부동산업체나 전문 투기꾼들에게 개발제한구역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해줬다.
일부 공무원들은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고개 숙인 변창흠 국토부 장관 |
이처럼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와 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과거와는 다르게 3기 신도시에 대한 공무원 투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아닌 행정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조사단 주체에 국토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이번 사건 관련 이해 당사자가 포함되는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국토부와 LH 직원 몇몇을 처벌하는 방식으로 꼬리를 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행정부가 조사 주체인 상황에서 조사가 제대로 될 리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밀실에서 비밀주의를 통해 탄생하는 신도시 개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시스템이 없다면 이런 일은 또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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