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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끝맺은 ‘文·尹 589일 동행’ [윤석열 총장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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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끝맺은 ‘文·尹 589일 동행’ [윤석열 총장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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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후보에 없던 尹 檢 총장 낙점
조국 수사로 관계 틀어지기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결국 결별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촉발된 청와대와 윤 총장 간 갈등이 윤 총장의 이날 사의 표명과 문 대통령의 수용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2019년 7월25일 검찰총장에 임명 된 후 58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19일 취임 후 ‘돈봉투 파문’으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물러나자 후임으로 대전고검 검사 신분이었던 윤 총장을 기용했다. 윤 총장은 이미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구속을 끌어낸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고, 윤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권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이 윤 총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루어지기도 했다.

2019년 5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후임 제청 당시 첫 번째 후보군 명단에 윤 총장은 들어있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시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콕 집어 ‘윤 중앙지검장은 명단에 왜 없습니까’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특수부 출신인 윤 총장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맞지 않는다.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낙점했다. 임명식장에서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같은 해 8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는 표현으로 윤 총장의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동안 문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사실상 추 전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12월, 윤 총장 징계안이 법원 판결로 정지되자 문 대통령은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현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현수 수석을 임명했다. 하지만 두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신 수석과 박범계 장관이 충돌하면서 화해 모드는 종료됐다. 윤 총장은 이날 정권의 검찰개혁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면서 사의했고, 문 대통령은 1시간 15분에 이를 받아들였다. 한 여당 관계자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닥쳤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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