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아들 생일.."잘 있니"
10년 전..갈취, 폭행, 물고문까지
가해자들 징역 처벌 받았으나
학폭 미투 보면서 마음 아파
피해자들, 어떤 심정으로 살았을까
교내 학폭 조치도 가해자 중심
가해 기록 남겨 행동 책임지도록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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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지영 (故권승민군 어머니)
“엄마, 매일 남 몰래 울고 억울하게 괴롭힘을 당하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이제 더 이상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려요. 마지막 부탁인데 집 도어키 번호 좀 바꿔주세요. 몇몇 애들이 알고 있어서 제가 없을 때 문 열고 들어올지도 몰라요. 죄송해요, 엄마. 사랑해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말 죄송해요.”
10년 전 우리를 아프게 했던 학교폭력 피해자 권승민 군의 유서입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승민 군은 학우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요. 당시 이 사건은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렇게 불렸죠. 1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학교 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안전할까요? 그리고 지금 불고 있는 학폭 미투 열풍을 부모님은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오늘 고 권승민 군의 어머니, 임지영 씨를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임 선생님, 나와 계세요.
◆ 임지영> 네. 안녕하세요.
유품으로 발견된 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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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딱 일주일 전 2월 25일이 승민이 생일이었다고 제가 들었어요.
◆ 임지영> 네, 맞습니다. 저희 아들 생일입니다. 그때 되면 가족들이 같이 추모공원 가거든요.
◇ 김현정> 이번에는 가서 숭민이한테 뭐라고 해 주셨어요?
◆ 임지영> 그냥 잘 있니, 이 정도. 요즘은 오래 못 있기 때문에 시간제한도 있고 그래서 가서 얼굴만 보고 나옵니다.
◇ 김현정>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때 어머님이 중학교 교사셨어요.
◆ 임지영> 네.
◇ 김현정> 지금도 혹시 교편 잡고 계십니까?
◆ 임지영> 네, 지금은 고등학교에 있습니다.
◇ 김현정> 아, 지금도. 아프지만 부득이하게 10년 전 그때로 좀 돌아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우리 승민이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어머님.
◆ 임지영> 아마 학기 초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 시작은 아마 게임이었던 것 같아요. 게임을 하면서 친구가 자기 아이템을 키워 달라 그러니까 키워주다가 아마 아이템을 도둑맞았나 봐요. 그래서 얘가 이제 그걸 충전시켜주기 위해서 통장에 있던 돈도 다 꺼내서 주고 그다음에 계속 아이템 키우기 위해서 게임도 대신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2학기가 되니까 너무 이제 해도 해도 안 되는 상황이 되니까 저한테 돈 달라는 얘기도 하고 이랬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어요. 얘가 갑자기 돈을 달라고 이러니까. 그런데 물어보면, 먹고 싶은 게 많아요. 그다음에 약간 이상한 행동을 해서 물어보면, 사춘기인 것 같아요. 계속 저한테 그랬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얘는 계속 당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집에 와서 맞기도 하고 집에 있는 것도 먹기도 하고 집에 있는 걸 가져가기도 하고. 우리 애 옷도 가져가고 학교에서는 숙제 시키고. 괴롭힘이 장난이 아니었죠.
◇ 김현정> 제가 기억하는 것이 글러브 같은 걸로 승민 군을 폭행하기 시작했고 물고문 했고 전깃줄을 목에 감아서 바닥에 떨어진 과자부스러기 먹으라고... 마치 무슨 개 목줄 하듯이 그런 일도 했었고. 이게 중학생 아이들이 했던 짓이 맞아? 라고 할 정도로 충격적인 일들이 많았어요.
◆ 임지영> 저도 조서 보면서 너무너무 놀랐거든요. 그리고 우리 애 유서 보면서도 이게 정말 현실일까 그런 생각이, 우리 무슨 공포영화 보는 것 같은. 주변에 이제 한참 사건이 끝난 다음에 애들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얘가 돈 벌려고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가해 학생이 사용한 물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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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애들한테 돈 갖다 바쳐야 되니까?
◆ 임지영> 네.
◇ 김현정> 안 바치면 어떻게 되는, 맞는 거예요?
◆ 임지영> 맞는 거죠. 아마 안 맞으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나중에 진짜 그 얘기 들으니까 가슴이 무너지죠.
◇ 김현정> 결국 가해학생 2명은 징역 2년, 3년 이렇게 처벌 받았죠?
◆ 임지영> 네. 그게 장기였고요. 소년원이 장기, 단기가 있어서 장기 하고 단기 2년 6개월, 이런 식으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3년까지 다 하는 경우도 있고 더 살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는 저도 모르죠. 아무 소식도 없으니까.
◇ 김현정> 아, 그 후에 그 아이들... 아무 소식도 못 들으셨어요?
◆ 임지영> 네.
◇ 김현정> 혹시 이제 성인이 됐을 테니까 10년이니까 찾아와서 사과를 한다든지 이런 게 전혀 없었습니까?
◆ 임지영> 전혀 없었죠. 궁금은 하죠. 그런데 마음이 좀 두 갈래인 것이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떠올리기 싫으니까 그런 것도 있고. 그래도 얘들이 나와서 열심히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알았으면 좋겠다고 그러고. 사람 마음이 참 요상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자, 제가 지금 그 질문을 왜 드렸냐면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 시절의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학폭 미투 이렇게 지금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걸 보면서 어머님은 어떤 생각이 드실까 싶어서요.
◆ 임지영> 결국은 뭐냐 하면 그때 학교 다닐 때 일들이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오는 현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그 피해 입었던 학생들이 피해를 인정받고 진심으로 사과를 받고 해결되어졌으면 지금 와서 학폭 미투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때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니까. 피해자들은 계속 가슴속에 쌓여 있거든요. 자기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맞고 정신적으로 내지는 육체적으로,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그 가해자들은 별로 처벌도 받지 않고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경미한 것이고 지금은 너무 잘 되어서 있다거나 예를 들어 유명한 선수거나 TV에 나온다거나 이렇게 되면 너무 화가 나잖아요.
◇ 김현정> 그 학폭 피해자들, 왜 지금 와서 저러냐, 남이 잘 되는 거 보고 질투 나서 그러는 거 아니야? 이런 시각도 사실은 있거든요.
◆ 임지영> 그런 건 좀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제 와서 익명에 기대어서 저렇게 얘기했을까, 저 아이들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싶어서 가슴이 아프거든요. 그런 얘기가 댓글 같은 데서 나오면 저도 같이 화가 나요. 왜 저렇게 생각할까.
◇ 김현정> 우리 사회 인식에는 이런 게 있잖아요.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다 치고 박고 싸우고 이러면서 크는 거지, 뭐. 좀 맞았더라도 그냥 두면 다 잊어버리고 치유되고 어른 되면 싹 사라져, 이런 게 사실은 있었거든요, 그동안.
◆ 임지영> 사소한 거 가지고 서로 싸우지 말고 빨리 사과하고 빨리 끝내라 이런 경우가 좀 많죠. 결국은 이게 제대로 해결이 안 되니까 결국 나는 그럴 만한 사람밖에 못 되는구나, 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하고요. 그다음에 방향이 두 가지인데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가해자가 돼버리거든요. 차라리 이럴 바에는 내가 패지, 이렇게 되는. 그래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본인이 극복이 안 되니까 보통 보면 그 이후부터 대인관계를 잘 못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해자하고 비슷한 사람도 싫어하는. 완전히 대인기피처럼.
◇ 김현정> 트라우마.
◆ 임지영> 그러니까 인생이 참 너무 안됐잖아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숨어 숨어 다니는 거죠. 그러면 소극적이고 그러다 보니까 학업도 성적이 떨어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서 한마디로 얘기해서 그냥 그때부터 내 인생은 이제 끝나는 거죠. 사회가 너무 부조리한 거죠.
◇ 김현정> 그렇네요. 정말 지금 말씀 듣고 보니 그렇겠네요. 그래도 우리 승민이 그렇게 떠난 뒤에 여러 가지 대책들이 마련이 되지 않았습니까? 전담경찰관제도 만들어지고 학교마다 다양한 상담교실도 열리고 그런데 좀 부족한가요?
◆ 임지영> 그런 것들이 주로 보면 가해학생들이 혜택을 보는 경우도 많거든요. 가해학생들 상담을 하고 격리시키는 장소가 상담실이고 이렇게 되는. 그러면 피해학생은 오히려 보호받고 지지받고 해야 되는데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피해 입은 학생이 오히려 시간도 내고 돈도 내서 치유를 받아야 되는. 주안점을 둬야 되는 것이 피해자거든요.
피해자가 어떻게 회복되어지고 피해자가 어떻게 복귀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그런 것보다는 그냥 법을 만들어서 가해자 처리하고 이런 쪽으로 주안점을 두니까 정말 바람직한 대책이 별로 나오지 않지 않는가, 저는 또 그렇게 생각이 들거든요. 피해자 치유센터 자체가 지금 우리나라에 해맑음센터 하나밖에 없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 임지영> 대전에 있는 해맑음센터 하나인데 원래 그때 당시에 지역마다 만들겠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랬는데 해맑음센터 하나로 끝났죠.
◇ 김현정> 그럼 지금 학폭 피해 당하면 그냥 참고 다니는 거예요? 아니면 전학가든지?
◆ 임지영>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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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가해학생의 학폭 기록을 학생부에서 삭제해 주느냐 마느냐 가지고도 큰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은 삭제해 주는 쪽으로 갔죠. 아이들을 너무 낙인찍는다 해서.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임지영> 2013년도인가 그 얘기가 나왔거든요. 법안도 나오고 이래서 그때서부터 정말 반대했거든요. 그런데 그냥 통과됐습니다.
◇ 김현정> 어머니 반대하셨던가요?
◆ 임지영> 어리다고 해서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되죠. 책임은 져야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래도 너무 어린 아이들인데 기록 때문에 아이가 계속 발목 잡히는 것도 가혹하지 않느냐, 이런 여론이 그때 높았거든요.
◆ 임지영> 그렇다 손치더라도 그 아이가 그 기록이 있다고 해서 피해를 그렇게 많이 입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그 행동 이후에 어떻게 바르게 했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닐까요? 예를 들어서 초등학교 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중학교에 와서 이렇게 됐고 고등학교에 와서 또 이렇게 해서 대학생, 사회에 나가서는 이렇게 되었다. 그게 훨씬 더 좋은 게 아닐까요? 바람직한 거 아닐까요? 낙인찍는다고 보는 게 아니라 이 아이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지만 열심히 해결해 나왔으니까 인정해 주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냥 쟤는 나쁜 아이, 이렇게 낙인찍는 게 아니라.
◇ 김현정> 그것도 그 아이의 기록으로 어떤 성장의 과정으로 남겨두어야만 더 사회가 관심 가지고 부모들이 관심 가지고 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다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 임지영> 네.
◇ 김현정>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우리 그 당시에 명명했었어요. 권승민 군의 사망사건. 어머니 임지영 선생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승민이가 지금 그대로 자랐으면 몇 살인 거죠?
◆ 임지영> 그때가 우리 나이로 14살이니까 지금 스물넷 돼 있겠죠, 대학생이겠죠.
◇ 김현정> 승민이는 꿈이 뭐였습니까?
◆ 임지영> 꿈이 어렸을 때부터 계속 바뀌어 와서(웃음) 처음에 이제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그랬었거든요. 애가 되게 노래도 좋아하고 춤도 잘 추고 막 이러면서 개그맨이 되겠다고 그랬었고요. 그러고 나서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나쁜 놈들을 처리해 줄 수 있는 검사가 되어보겠다 그랬었죠.
◇ 김현정> 제2, 제3의 승민이는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대로 우리 아이들을 둬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지금도 달리고 계십니다. 승민이가 듣고 지금 하늘에서 미소 지을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세상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인사 나누죠. 고맙습니다.
◆ 임지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렇게 불렀었던 학교폭력에 희생당한 권승민 군 사건의 어머니 임지영 선생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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