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입양부모 5차 공판이 열리는 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 초상화가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2021.03.03. yes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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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정인이 양부 안모씨가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말했다. 지난 3일 안씨는 3차 공판이 끝난 뒤 도망치듯 서울남부지법 북쪽 문으로 나왔다. ‘정인이에게 할 말이 있느냐’, ‘집안에서 쿵 소리가 난 이유’ 등을 물었으나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하며 달렸다. 3분쯤 달린 안씨는 갑자기 무릎을 꿇은 채 ‘죄송하다’며 울을을 터뜨렸다.
이날 3차 공판에서 양모는 장모씨 살인을 부인했고, 양부도 친밀하게 장난치는 과정에서 과하게 한 점이 있으나 고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양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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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살인 없었다"는 양부모…증인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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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3일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 장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정인이 양부모 측은 정서적 학대를 비롯해 좌측 쇄골 골절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양부 측은 "친밀하게 장난친 것이 당시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미필적 고의에 의한) 학대"라고 설명했다.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완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장씨의 살인죄에 대해서는 "정인이의 복부를 밟은 적이 없다"면서 "배를 가격한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의 강한 외력은 없었다"고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에 참석한 증인들은 모두 장씨의 학대와 방치, 폭행 정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장씨 아래층 거주민 A씨도 '정인이 복부를 밟은 적 없다'는 장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을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정인이가 사망한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9시 40분쯤 덤벨 떨어지는 소리가 4~5차례 났다.
해당 소리는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 나는 소리와는 달랐다. A씨는 "(덤벨을) 내려놓으면 나는 '쿵'하는 소리에 아래층이 울렸다"면서 "당시 (옆에 있던) 남편도 '애기들 다니는 소리도 아니고, 운동 소리도 아니고'라며 층간소음에 불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래층에도 들렸던 소음이 정인이의 사망과 학대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장씨는 A씨가 방문하자 "죄송하다," "지금은 이야기할 수 없다," "이따가 이야기하겠다"며 울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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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 '싸이코패스' 성향 높다…죄책감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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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공판기일을 마치고 호송차로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1.3.3/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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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다는 내용의 증언도 나왔다. 장씨의 심리분석을 담당한 대검찰청 심리분석관 B씨는 "심리분석 결과 사이코패스 기준인 25점에서 장씨가 22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B씨는 "25점은 남성 기준이고 여성의 경우 이를 3~4점 낮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단순히 점수만 가지고 사이코성향이 높은 것이 아니라 이기주의·무책임성·타인 공감 결여·공격적인 성향 등을 종합해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B씨에 따르면 장씨의 심리분석에 참여한 4명의 분석관들 전원이 장씨가 정인이의 복부를 밟는 등 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에 대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분석관들이 민감한 질문을 건넬 때마다 장씨가 눈을 감고 질문을 부인하거나,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고 침을 삼키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B씨는 "거짓말을 만들어 내다보면 긴장·불안·인지과부화가 온다"면서 "자기도 모르게 행동신호를 노출하는데 다리를 꼬거나 의자 뒤로 살짝 미는 등 언어·비언어적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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