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양부 측, 정서적 학대 인정하면서도 “친밀하게 장난치다 과하게 한 것” 주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일 서울남부지법서 공판 열려…정인이 양모 측 “살인 혐의 부인” 고수 / 증인으로 나선 심리분석관 “정인이 양모 주장 거짓으로 판단”

세계일보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후 16개월인 정인양을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공판이 3일 서울 양천구 소재 남부지법에서 열렸다.

남부지법 형사 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양모인 장모씨 측은 정인양의 양육 과정에서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여전히 강하게 부인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맹세코 (정인이) 복부를 발로 밟은 사실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감정 결과를 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미필적 고의로나마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살인 혐의는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망 당일 배를 한 대 세게 친 적은 있다는 부분은 지난 공판기일 때 인정한 바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의 강한 외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양육 과정에서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나온 대검 녹화분석과 소속 심리분석실장인 A씨는 “‘발로 밟지 않았다’는 장씨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심리분석관인 그는 장씨를 상대로 정인이를 실제 발로 밟았는지, 입양 후 바닥에 던진 적이 있는지 등을 중점 검사했다고 한다.

A씨는 “‘정인이를 발로 밟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장씨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며 “이에 4명의 분석관이 채점을 했는데, 모두 ‘거짓’으로 판정을 했다”고 전했다.

장씨는 또 ‘입양 후 정인이를 바닥에 던진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는데, A씨는 “마찬가지로 분석관들이 독립적으로 채점을 했을 때 모두 거짓으로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장씨를 상대로 이처럼 통합 심리분석과 심리생리 검사를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통합 심리분석은 1명의 대상자를 상대로 여러 기법이 활용되는 만큼 설명력을 높이는 동시에 오류 가능성을 줄이는 장점이 있고, 대상자의 성격적 특성 및 사이코패스 여부 등 다각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대상자가 거짓말을 하면 호흡과 혈압, 맥박, 땀 분비량 등에서 여러 변화가 나타나는데, 심리생리 검사는 이를 측정한 뒤 거짓 여부 등을 추론하는 과정이다.

이들 분석관은 형사 사건에 특화된 통합 심리분석과 심리생리 검사 외에도 학대 여부 확인을 위해 장씨의 행동도 분석했다고 A씨는 전했다. 대상자가 사건 관련 질문에 거짓말을 하면 인지적 과부하가 걸려 다리를 떨거나 말의 속도가 빨라지는 등 방어적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를 탐지하는 기법으로 정확성은 약 91%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동 분석 당시 장씨는 ‘정인이를 떨어뜨리고 밟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부인했으,며 침을 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격정적 감정에 의해 폭행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아니라고 했고. 재차 ‘감정이 격해져 평소와 달라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울음을 멈추고 빠르게 진정하면서 다리를 꼰 것으로 전해졌다.

분석관들은 ‘여러(방어적) 행동 징후가 나타나 (장씨 진술에 ) 신빙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으며, 정인이가 싱크대에 찍혔다거나 시소에서 넘어졌다는 진술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A씨는 또 “아이 복부에 외력이 가해진 부분에 대해 장씨는 ‘실수로 떨어뜨리고 심폐 소생술을 했을 뿐 다른 외력은 없었다’고 했다”며 ”행동분석 결과 이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도 증언했다.

아울러 장씨에 대한 임상심리 분석도 진행됐는데,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A씨는 검찰이 종합적 결론을 묻자 “아이를 발로 밟았을 가능성, 바닥으로 던지는 학대행위를 했을 가능성 높아 보인다”며 “무책임성과 공격성, 충동성이 높다는 게 이번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부인 안모씨 측도 정서적 학대 행위를 인정하면서 “처음부터 계획하진 않았고 친밀하게 장난치는 과정에서 과하게 한 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불구속 상태인 안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부인의 학대 정황을 몰랐느냐”, “반성문은 왜 재판부에 제출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