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반대 시위 폭력 진압한 군부 규탄
5∼8일 예정된 이라크 방문 의지도 재확인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유혈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군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은 3일(현지시간) 수요 일반 알현 말미에 미얀마 사태를 언급하며 "억압보다 대화가, 불화보다는 화합이 우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또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는 없다"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의 젊은 세대가 증오와 부정이 물러가고 만남과 화해가 찾아오는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기원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행위가 벌어졌는데도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후 곳곳에서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군경이 이를 무력 진압하며 유혈 사태로 번졌다.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의 실탄 발포 등으로 현재까지 최소 3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 도로변에 내걸린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환영 포스터. 2021.2.27. [EPA=연합뉴스] |
이날 교황은 5∼8일 예정된 이라크 방문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교황은 "별일이 없는 한, 내일모레 순례 차 이라크로 떠난다. 나는 너무 많은 고통을 받은 이들(이라크 국민)을 만날 수 있기를 오랫동안 희망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 국민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문을 기다렸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들을 두 번 실망하게 할 수는 없다"며 이번 방문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이번 여정이 기대했던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해달라"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의 이라크 방문은 역사상 처음이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등 2명의 전임 교황이 이라크 방문을 추진했으나 안전 문제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서는 2019년 11월 일본과 태국을 방문한 이래 1년 4개월 만의 이탈리아 밖 첫 사목 방문이라는 의미도 있다.
교황은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중단된 해외 사목 방문을 조속히 재개해 고통을 겪는 신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황청 안팎에서는 이라크 현지의 불안한 치안 상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교황과 현지 신자들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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