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화환과 양부모 구속을 촉구하는 팻말이 줄지어 있다. 김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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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정인이가 살았던 아파트의 아래층 주민이 “정인이 사망 당일 덤벨이 떨어지는 듯한 큰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증언했다.
3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아래층 주빈 A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9시 40분쯤부터 무거운 덤벨이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5분 사이 4~5번 연거푸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소리가 너무 커 그 진동으로 집안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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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큰 소리에 찾아갔더니…”
A씨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그는 사고 당일 집안에 남편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윗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되자 ‘아이들은 어린이집 갔을 텐데’ ‘부부 싸움을 하나’라고 생각했다. A씨는 성격이 예민한 남편이 표정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주의를 주기 위해 비상구를 통해 윗집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A씨는 법정에서 “정인이 양모가 휴대전화 폭 만큼 현관문을 열었다. 그 사이로 ‘혹시 부부싸움을 하는 거라면 내가 신고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그러자 양모는 ‘남편은 지금 집에 없다. 죄송하다. 지금은 얘기할 순 없고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A씨는 윗집 방문 당시 피고인 친딸로 추정되는 아이도 봤다고 했다. 그는 “3~4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피고인 다리 사이에서 천진난만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며 “그 아이는 큰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 윗집에서 심하게 싸우는 듯한 소리도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는 “하루는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4~5시까지 종일 여자가 악을 쓰면서 의자 등 물건을 벽에 집어 던지는 소리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때도 ‘부부싸움을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여자 목소리 말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구속을 촉구하는 손팻말이 놓여져 있다. 김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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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 주장 다 거짓 판정…사이코패스 성향 높아”
대검찰청 녹화분석과 소속 심리분석실장 B씨도 증인으로 나섰다. B씨는 “양모가 정인이를 실제 발로 밟았는지, 바닥에 던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검사했다”며 “양모는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분석관들 채점 결과 양모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판정 났다”고 말했다.
B씨는 “정인이를 저항할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가진 스트레스나 부정적 정서를 그대로 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이코패스 검사(PCLR) 평점 척도를 보면 총점이 22점으로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점인 25점에 근접한다”고 설명했다.
양모 측은 쇄골·늑골 골절과 정신적 학대 등 일부 학대 사실은 인정했지만, 복부를 발로 밟지는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모 변호인은 “피고인은 맹세코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사실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감정 결과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미필적 고의로나마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어 살인 혐의는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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