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를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대검찰청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할 경우 약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윤 총장의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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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단독 인터뷰에 초강경 발언…당분간 갈등 고조될 듯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를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대검찰청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할 경우 약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윤 총장의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동시에 임은정 부장검사(대검 감찰연구관)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수사 배제,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초강수'를 던졌다.
2일 대검찰청은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윤 총장의 인터뷰는 '중대범죄 대상 검찰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를 전제로 한 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대하여 우려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평소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은 또 "현재 일선청의 의견을 취합 중에 있으니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입장은 윤 총장이 3일 대구고·지검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구고·지검을 방문해 직원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국민 피해'를 언급하며 여론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은 이날 검찰 수사권과 관련한 해외 사례를 정리해 배포하면서 윤 총장의 인터뷰에 대한 추가설명까지 내놨다.
대검은 수사청 설치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될 경우 윤 총장이 사퇴 등 강경 대응 방안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공식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은 초임 검사 때부터 어떤 사안에서도 직에 연연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피해를 볼 제도가 만들어지는 부분에 대해 공직자로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인터뷰에서 "(수사청 설치를)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총장이 기자회견 대신 특정 매체와 단독 인터뷰하는 일은 전례가 드물다. '법치말살' '민주주의 퇴보' 등 발언 수위도 높았다.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 자리에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에 전달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에는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도 적지않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전 법무부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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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같은날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수사의 주임검사로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을 지정한다고 공식 지휘했다.
이 사건은 임은정 부장검사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지시로 조사해왔다. 임 부장검사는 조사 결과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수사 전환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직무 배제 지시를 받자 윤석열 총장에게 정식으로 직무이전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22일로 만료되는 시점에 지난해 9월 대검에 부임한 이래 전담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임 부장검사 직무배제를 단행한 것도 예상 밖의 강경한 조치다.
임 부장검사는 "공소시효가 매우 임박하고 기록이 방대한데다 총장님의 최측근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직무이전 지시는 사법정의를 위해서나, 검찰을 위해서나, 총장님을 위해서나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의 중심 인물인 차규근 법무부 본부장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전격적이라는 평가다.
영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가 청구했지만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수사지휘를 회피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사팀의 출석 압박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공식 제기한 직후 나온 조치라 의미심장하다.
차규근 본부장은 수원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대검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으나 영장 청구 뒤에 이뤄져 인용될지는 미지수다. 수사심의위가 열린다고 해도 전원 검찰총장이 추천받아 위촉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차 본부장 측은 "당시 긴급출국금지가 불가피했고 실질적 요건도 갖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수사가 국민의 법감정과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신청 취지를 전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임은정 부장검사 직무배제와 차규근 본부장 영장 청구가 중대범죄수사청 문제와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일 출근길 기자들을 만나 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과도 이 사안을 두고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윤 총장 측은 즉답을 피했다.
다만 박범계 장관과 윤 총장은 지난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당시의 앙금이 남았다. 윤 총장 역시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부담스런 상황에서도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이상 당분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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