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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엄중한 처벌로 책임을 묻기 보단 정상적인 양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피해아동을 위해 바람직하다”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의 목을 조른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베트남 출신 여성의 판결문의 양형 이유 중 일부다. 법원은 가혹한 학대행위를 저지르고 반복된 정황을 감안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이혼→혼외자 출산→결별’ 등을 겪은 가해자의 열악한 환경과 보호자 없이 방치될 피해아동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부 임창현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A씨에게 보호관찰 및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0월 충주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7살 아이가 지갑과 돼지 저금통에서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각종 학대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아이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고, 핸드폰 목걸이 줄로 아이의 목을 조르고, 손바닥으로 아이의 왼뺨을 한 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임 부장판사는 일단 A씨의 이런 학대행위가 가혹하며 과거에도 반복된 정황이 있어 징역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A씨는 피해아동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고, 피해아동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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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주지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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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를 저지른 A씨의 처지와 홀로 남겨질 아이들의 양육 상황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보호관찰과 수강명령만으로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취업제한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임 부장판사는 “본래 베트남인이던 피고인이 한국에 혼인 입국해 피해 아동을 낳은 후 이혼하여 홀로 양육하며 상당한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는 필리핀인과 사이에 혼외자를 출산하고도 결별했다”며 “그 양육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등 피고인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이어 “다행히 피고인과 피해 아동 사이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피고인을 구금할 경우 피해아 동은 물론 갓 태어난 딸을 돌봐줄 사람조차 기대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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