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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국내 백신 접종

[국정농담] 105번째 백신 접종국에서도 '1호가 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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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OECD 가장 늦은 접종에 유승민 "文 먼저 맞아라"

정청래 "당신이나 솔선", 고민정 등 '팔 걷었습니다'

해외 지도자들 첫 접종으로 국민 참여 독려했지만

AZ는 65세 미만만 적용...丁 "나라도 맞을까 생각"

'역사적 첫 접종' 참관한 文 "대통령 언제 맞지요?"

AZ 신뢰 '최하'에 지도층 접종 시기·백신 종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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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추기 전부터 효능과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고개를 들면서 정치권에서는 때 아닌 ‘1호 접종’ 공방이 강하게 일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들이 먼저 접종을 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권에서는 과학의 영역인 백신을 두고 정치화하지 말라고 맞섰다. 일부 여야 정치인들은 자신이 먼저 접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1호 접종은 정계 유력 인사들이 아닌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세계에서 105번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시작된 접종이다. 접종 개시가 늦어진 만큼 다른 나라보다 그 속도를 더 높이는 게 전세 역전의 최대 핵심이 됐다.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 성과는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이후 대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가 지도부의 접종 시기와 그들이 선택한 백신 종류는 앞으로도 한 동안 국민적 관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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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文 먼저 맞아라”···고민정 등 ‘팔 걷었습니다’

정치권의 ‘1호 접종’ 공방에 포문을 연 건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국민의힘의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우려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백신 1호 접종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면역률도 문제지만 안전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통령을 비롯해 책임 있는 당국자가 먼저 접종해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 역시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국가 지도자 등이 생중계로 백신 접종을 하며 국민의 불안감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불안감 해소를 위해 문 대통령 등 보건수장의 공개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백신 확보량을 문제 삼다가 백신 접종 단계가 되자 대통령이 1호 접종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며 “좌충우돌하는 야당의 유치한 백신 정쟁이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23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통령이 먼저 맞으면 국민을 제쳐 놓고 특혜를 받았다고 공격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20일에도 페이스북에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글을 쓰고 “그럼 당신이 솔선수범해 먼저 맞으시지 그러시냐”며 “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고민정·김남국·김용민·박주민·이소영·이재정 의원 등은 페이스북에 ‘#팔_걷었습니다’ ‘#불신_대신_백신’ 등의 해시태그를 올리며 백신을 먼저 맞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권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이날 백신을 먼저 맞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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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검토는 않지만, 국민 불신 있다면 마다 안해”

여야 정치권 공방은 온·오프라인 상에서 국민들 간 논쟁으로도 이어졌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상당수 국가 지도자들이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1호 접종자로 나선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인 12월에 백신을 접종했고 고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도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접종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 시작 시점이 다른 나라보다 늦어 집단면역 형성까지 속도를 더 내야 하는 형편이라 논란은 더 확산됐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한국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에겐 접종이 보류된 상태다. 이미 만 65세를 훌쩍 넘긴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은 애초에 접종 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국제적으로도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아직 못 받은 점 등 아스트라제네카의 효능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문 대통령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22일 “지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국민적 불신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K-접종’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대권 잠룡’ 정 총리는 23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1호 접종 대상자가 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만약 국민들이 주저하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할 필요는 있겠지만 현재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순서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고령층이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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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나라도 1호 접종할까 생각하기도···정쟁 끝내라”

이후에도 논란이 멈추지 않자 정 총리는 야권에 아예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정 총리는 24일 경북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백신은 과학인데, 최근 백신에 대해 정치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와 여러 전문가들이 이미 검증을 끝낸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흔들림 없이 백신 접종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허위사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그 직후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리고 “백신접종이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국민이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국운이 걸린 중차대한 국가 사업”이라며 “백신에 정치가 끼어들어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어 “나라도 1호 접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접종 대상자들의 93%가 흔쾌히 백신 접종에 동의해 주시면서 ‘대통령이 먼저 맞으라’며 부질없는 논쟁을 부채질한 일부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백신 접종을 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자”며 “백신 접종 1호가 논란이 되는 이 기이한 현실 속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어디에 있느냐, 신뢰를 전파해야 할 정치가 백신 불신을 유포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접종이 시작된 26일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는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 11월까지 반드시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는 “백신을 저처럼 오매불망 기다려 온 ‘세균’도 없을 것”이라고 농을 던졌다. 백신 접종의 성공 여부는 4월 재보궐 선거 전후로 점쳐지는 정 총리의 공식 대권 도전 여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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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5번째 ‘역사적 접종’ 참관···文 “대통령은 언제 맞지요?”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6일 본격 시작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20일 이후 1년 37일만이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105번째 백신 접종 개시국이 됐다.

첫 접종자는 오전 8시45분 접종한 이경순(61) 서울 상계요양원 요양보호사였다. 접종 대상 가운데 실제 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25일 기준으로 전체의 93.7%인 28만9,480명이었다. 첫날에는 1만8,489명이 접종했다.

직접 접종 대상이 된 정치인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대신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찾아 김윤태 푸르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원장 등이 접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접종을 맡은 김서진 간호사에게 “드디어 1호 접종을 하시겠다”고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김 원장에게 “역사적인 1호 접종이신데 좀 지켜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김 원장이 김 감호사에게 “아프지 않게 놓아 달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의사 선생님인데 (그런 얘길 하시느냐). 하하하”라고 웃었다. 동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는 “우리 청장님은 언제 접종하느냐” “대통령은 언제 맞지요”라고 물어 주변의 웃음을 유발했다. 정 청장은 이에 “순서가 늦게 오시기를”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접종자들과 즉석문답도 나누었다. 국민들에게 접종자의 상태를 자세히 알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은 접종자들에게 소감을 물은 뒤 “당분간 먼저 접종하시는 분들이 이상이 없는지가 국민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불안해 할 필요 없이 빨리 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27일에는 화이자 백신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시작됐다. 의료진 300명이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이날은 정 총리가 접종 현장을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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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호남 外 신뢰도 ‘최하’ 숙제···지도자들 접종 여부도 계속 관심사

접종은 이제 시작됐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등 특정 백신에 대한 전국적 신뢰도를 높이는 문제는 여전히 정부의 숙제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에게 백신 접종 의향을 물은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에서 개발사별 신뢰도는 화이자 백신이 62%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모더나(53%), 아스트라제네카(44%)가 이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호남을 제외하고 어느 지역에서도 신뢰도가 50%를 넘지 못했다. 화이자, 모더나보다 모두 신뢰도가 낮았다. 호남에서만 유일하게 아스트라제네카(61%)에 대한 신뢰도가 모더나(51%)를 넘어 화이자(63%)와 비슷한 수준에 달했다.

‘접종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총 71%로 조사됐다. ‘반드시 접종을 받겠다’는 응답은 48%, ‘아마 접종받을 것’이라는 응답은 23%였다. 접종 의향들은 있지만 백신에 대한 믿음은 아직까지 이를 밑도는 셈이다. ‘접종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광주·전라가 76%로 가장 높았고, 대구·경북은 67%로 가장 낮았다.

‘접종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9%였다. ‘아마 접종받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14%, ‘절대 접종받지 않겠다’는 응답은 5%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 됐지만 향후 문 대통령과 정 총리 등 방역당국 지도부의 접종 여부는 꾸준히 국민적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접종 속도가 예상을 밑돌거나, 접종자 가운데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등 각종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이 문제가 계속 거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지도부가 어느 시점에, 어떤 종류의 백신을 맞느냐도 관건이다. 여권에서는 “백신은 정치가 아닌 과학”이라고 강조하지만, 대통령 등이 선택하는 백신의 종류와 접종 타이밍은 당장의 4월 선거나 이후 대선 정국에도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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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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