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1호 접종자 "마음 한결 편해... 근육주사보다 안 아파"

예진표 확인부터 접종까지 1분도 채 안걸려
백신 접종 후 3일간 사우나 및 음주 자제해야
전날 요양병원·시설에서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 데 이어 27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백신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시작된 접종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대부분 "별로 아프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되면서 주사를 맞은 의료 종사자들이 관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예진표 확인 후 접종까지 1분... "세게 문지르지 말아요"

27일 오전 10시 국립중앙의료원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실에는 국내 첫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의료진들이 차분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예진을 마친 접종 대상자가 1,2,3,4번 칸막이로 나눠진 접종실로 한 명씩 들어오면 마지막으로 접종자 이름과 증상여부 등을 확인한 뒤 간호사가 예진표에 사인을 하고, 이미 소분이 완료된 주사기로 접종을 시작한다. 예진표를 확인하고 접종 후 접종 부위에 반창고를 붙이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접종을 마치면 담당 의료진이 "접종 후 3일 동안 사우나 및 음주를 자제하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며 "세게 문지르지 말고,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대기실에서 15분 대기하시라"고 안내한다.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1호 접종자인 의료원 관계자가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스1

1호 접종자 "마음 한결 편해져... 근육주사보다 안 아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접종이 시작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자는 국립중앙의료원 시설팀 미화원 정미경(51)씨였다. 정씨는 접종 후 "첫 번째 접종자가 된 것은 영광"이라며 "맞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맞을 때는 조금 긴장됐지만 맞는 순간 '이게 주사인가' 싶을 정도로 느낌이 없었다"며 "근육주사보다도 안 아팠다"고 말했다.

이날 백신을 접종한 조안나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중환자실 간호사도 "맞고 나니 더 안심이 되는 것 같다"며 "일반 백신 접종과 다른 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지난해 1월 초부터 코로나19 환자 중환자실에서 간호인력 리더로 근무해왔다. 그는 "(백신을 맞았으니) 더욱 든든한 마음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중환자를 간호하겠다"고 다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소분해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오명돈 센터장 "보다 안전한 상황에서 의료대응 가능해져"

이날부터 의료진이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과 관련해 오명돈 중앙예방접종센터장은 "코로나19 대응의 두 축이 방역과 의료인데, 오늘 의료진 접종을 시작함으로써 의료인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보다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게 됐다"고 소회를 말했다. 오 센터장은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는 것을 우려하며 "학술적으로는 어느 백신이든 안전하고 예방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돼 있다"며 "내 순서에 내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인 만큼 본인 순서에 맞게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백신은 본인 순서가 왔을 때 접종을 거부할 경우 가장 후순위로 밀리는데, 이를 악용해 자신이 원하는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경우 집단면역 형성이 늦어질 것에 대한 우려다.

내달 20일까지 의료진 5만5000여명 1차 접종 완료

화이자 백신은 유통·보관 과정에서 영하 75도의 냉동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해동 후에는 생리식염수를 넣고 조심스럽게 섞어야 하는 등 접종 전까지의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이에 보건당국은 이날부터 일주일간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만 접종을 실시하면서 권역과 지역센터 의료진들이 참관해 교육 받도록 했다. 이후 내달 3일부터 양산 부산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등 권역 및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이 시작된다.

당국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종사자 199명과 수도권의 코로나19 전담병원 의료진 101명 등 모두 300명이 접종하고, 다음 달 20일까지 의료진 5만5,000여명에 대해 1차 접종을 끝낼 계획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