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잘못 저질렀는데 책임 회피했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것"
16개월 입양아 학대 방조 혐의로 재판 넘겨져
항의 받으며 법원 나서는 '정인이' 양부 안 모 씨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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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16개월 된 입양아를 지속해서 학대해 결국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 양부가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정인 양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양부 안모 씨는 반성문에서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며 "주변 걱정에도 와이프 얘기만 듣고 좋게 포장하고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토로했다.
26일 복수 매체 보도를 취합하면 안 씨는 전날(25일)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안 씨는 반성문에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전적으로 내 무책임과 무심함 때문"이라며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겠다"고 했다.
이어 "재판을 받으면서 주변에서는 그토록 잘 보였던 이상한 점들을 나는 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라며 "진심 어린 걱정들을 그저 편견이나 과도한 관심으로만 치부했다. 아내의 얘기만 듣고 감싸기에만 급급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라며 "특히 사고가 나기 전날 아이를 응급실에만 데리고 갔어도 그 소중한 생명이 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몰려온다"고 했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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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안 씨는 지난해 12월9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씨는 부인 장모 씨가 정인이를 입양해 양육하는 과정에서 학대·방임한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고, 일부 학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양부모에게 입양된 지 271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사망 당시 정인 양은 복부가 피로 가득 차 있었고, 일부 장기가 훼손되거나 신체 일부 등에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양부모들은 정인 양의 상태에 대해 "소파에서 놀다 떨어졌다"며 사고사라고 주장했으나,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정인 양을 입양한 지난 1월 이후 상습적으로 유기·방임·폭행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인 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오전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근조 화환을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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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씨의 경우 지난해 7월 엘리베이터에서 정인 양이 타고 있는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거나, 손으로 아이의 목을 잡아 올리는 등 가혹하게 폭행을 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응분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양부 안 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게시 후 열흘 만에 22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아이가 그렇게 학대를 당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모를 수가 있나"라며 "정말로 아이가 죽어가는지조차 모르고 271일을 살았다면 그건 방임이 아니라 아동학대치사"라고 주장했다.
16개월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의 남편 안모 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14일 오후 동의 20만건을 넘어섰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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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아동학대치사도 살인방조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남편이 정말로 몰랐다면, 이 모든 일이 남편 없이 부인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면 그렇게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편 안 씨 측 변호인은 지난 첫 재판에서, 안 씨가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일부러 방치한 게 아니고,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집에서 잘 먹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성문에서 안 씨는 정인 양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오해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까지 했다"라며 "인간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갈수록 아이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반복해서 떠올라 너무나 괴롭고 미안하다"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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