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문 대통령 둘러싼 '1호 접종 논란'…방역당국의 정쟁 회피
OECD 꼴찌·전세계 105번째…"이제 와 떠드는 것 민망"
25일 오전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백신접종센터에서 대구지역 각 구·군 예방접종 담당자와 병원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화이자' 백신접종 모의훈련이 진행됐다. 의료진이 훈련 참가자에게 접종을 하고 있다. 2021.2.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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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오는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접종이 시작된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관심을 모았던 '1호 접종자'에 대해서는 "전국 요양병원·시설에서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모두 1호 접종"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1호 접종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 부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나라들보다 백신 접종이 늦은 상황에서 '1호 접종' 이벤트를 하기엔 머쓱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경실 코로나19백신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5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특정인 1명을 '1호 접종'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말하기보다는 접종이 시작되는 첫날에 의미를 두고 예방 접종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26일 오전 9시 전국 동시에 시작되는 요양병원·시설 65세 미만 입원 입소자와 종사자 분들 모두 첫번째 접종자가 된다"고 밝혔다.
26일 전국 213개 요양시설에서는 만 65세 미만 입소자 및 종사자 5266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는다. 방역당국은 이들 모두가 1호 접종자라고 했지만, 1호 접종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했던 영국에서는 당시 90세였던 마거럿 키넌 할머니가 최초로 백신을 접종했다. 미국에서는 간호사로 일하는 산드라 린제이가 미국 내 1호 접종자로 기록됐다. 지난 17일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일본에서는 국립병원장인 아라키 가즈히로 도교의료센터 원장이 가장 먼저 접종 받으며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여야, 문 대통령 둘러싼 '1호 접종 논란'…방역당국의 정쟁 회피
그러나 국내에서는 특정인을 '1호 접종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그 대신 첫날 예방 주사를 맞는 모든 사람들이 '1호 접종자'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특정 직업 혹은 지역의 사람을 1호 접종대상자로 공개할 경우, 해당 접종자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덧씌워지고, 이를 통해 백신의 정쟁화가 점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했으리란 관측이다. 실제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접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권 내 대선주자인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불신을 없앨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1호로 접종받을 것을 권했다.
유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여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유치한 백신 정쟁화"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전략실장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 아니라면 국민은 실험 대상이란 말이냐"고 반박하며 "문 대통령의 1호 접종은 오히려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OECD 꼴찌·전세계 105번째…"이제 와 떠드는 것 민망"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 많이 늦다. 남들보다 접종이 늦은 상황에서 '1호 접종'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갖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와 외신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시작은 OECD 회원국 37개국 가운데는 꼴찌고, 전세계에서는 105번째다.
이번주 접종을 시작하는 나라는 말레이시아, 세네갈, 아프가니스탄, 호주 등이다. 호주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1호 접종의 의미는 백신의 신뢰도 형성을 위한 목적도 있는데, 이미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 굳이 1호 접종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제 접종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들이다. 이제 와서 1호 접종자를 떠드는 것은 좀 민망스러운 것 같다"며 "1호 접종은 아무도 맞지 않은 주사를 국민들이 두려워 할때 필요하지만, 위험도가 이미 외국에서 증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1호 접종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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