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루앞둔 25일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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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드디어 시작된다. 90세 노인(영국), 코로나19 치료 현장 간호사(미국), 의사(일본) 등 해외 선진국 대부분이 상징적인 인물을 ‘1호 접종자’로 내세웠지만 대한민국 1호 접종자는 따로 선정되지 않았다.
25일 질병관리청은 “26일 오전 9시 전국에서 동시 접종이 시작되며 별도의 ‘1호 접종자’는 없다”고 밝혔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일부터 시행되는 첫 접종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병원 또는 특정 시설을 중심으로 해서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있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모두 동시에 진행이 되기 때문에 1호 접종자를 특정해서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모두 다 1호 접종이다, 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오히려 의미에 맞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코로나 전담 치료 의료진, 요양병원 직원 등을 두고 1호 접종자를 고심해왔다. 최근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 1호 접종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야간 정쟁이 극심해지자 1호 접종자 개념 자체를 없애버린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후보는 여러명 올렸다. 백신 접종은 과학의 영역인데 너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됐다. 그러다보니 이런 결정이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2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중구보건소에서 방역 관계자가 보관 중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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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요양시설 5266명, 292개 요양병원 동시 접종
첫 백신 접종은 26일 오전 9시부터 전국 17개 시ㆍ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다. 모두 1호인 셈이다. 추진단은 2~3월 접종 시행계획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리시스템을 통해 접종대상자 등록, 동의 절차 등을 진행했다. 요양병원 1657개소, 노인요양시설 등 4156개소의 입원 ㆍ입소자와 종사자 중 28만 9000명이 접종에 동의했고, 동의율은 93.7%로 나타났다. 감염병 전담병원과 거점 전담병원, 중증환자 치료병상 운영 병원 등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병원 143개소와 35개소의 생활치료센터 근무 의료진 중에 5만 5000명이 접종에 동의해 동의율은 95.8%로 나타났다.
백신은 물류센터에서 개별 요양병원으로 직접 배송이 되고, 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 대한 백신은 우선 보건소로 배송돼 보관하다가 보건소에서 백신을 가지고 시설로 방문하거나 대상자가 보건소를 찾아 접종하게 된다. 요양병원은 백신을 수령한 후에 5일 이내에 접종을 완료한다. 노인요양시설은 보건소와 합의된 일정에 따라서 3월 중 1차 접종을 완료한다.
접종 첫 날인 26일에는 전국 213개의 요양시설 5266명의 입소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접종한다. 전날 백신을 배송받은 292개 요양병원도 자체 접종계획에 따라서 5일 내에 접종을 진행한다.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에게는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러티를 통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이 제공되며, 이들에 대한 접종은 3월 20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화이자 백신은 26일 국내에 도착하면 즉시 공항에서 5개의 예방접종센터로 1차 배송되며, 3월 8일부터 예방접종센터에서 자체 접종기관 82개소로 배송된다. 첫주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이 진행되고, 권역과 지역예방접종센터 의료진에 대한 참관과 교육을 진행한다. 2주 차에는 권역예방접종센터로 확대 접종 시행되며, 해당 권역 내 자체 접종 의료기관의 의료진 등에 대한 참관 교육도 병행된다. 접종 첫 날인 27일에는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종사자 199명과 수도권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101명이 예방접종을 받을 예정이다. 총 접종 인원은 300명이다.
주요 대상별 초기 접종 계획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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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백신 맞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길"
백신 접종 첫날 접종하는 1호 접종자는 대부분 의료진과 요양시설 직원이다. 접종을 앞둔 이들의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1차 접종 시작일 백신을 맞기로 한 김신범(44)씨는 “빨리 맞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만 바란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 중랑구의 유린원광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시설 종사자다. 김씨는 26일 오전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백신을 맞는다. 오전 8시 45분까지 보건소로 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일하다 보니 친한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조문도 못 간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그때마다 마음이 정말 안 좋았는데 요양원 어르신들의 면역력이 안 좋으니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아 이런 미안함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중랑구 ‘1호 접종자’로 선정된 요양보호사 이모(63)씨는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이제야 희망의 빛이 보이는 기분”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다음 달 2일 접종 예정이라는 수도권 요양병원의 김모씨(34)는 “우리는 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장난처럼 하기는 하는데 불안감이 조금 있더라도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며 “독감 예방접종이라고 생각하고 맞으면 앞으로 코로나19 걱정은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내 첫 접종 대상이 된 것에 불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의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강모(59)씨는 “안 맞고 싶은데 안 맞을 수가 없으니까 맞는다”며 “요양시설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높은 사람들이 먼저 맞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안심할 텐데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먼저 맞아보라는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거부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동의했고, 다음 달 초에 접종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스더ㆍ정진호 기자 etoile@joo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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