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2.17/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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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치사 사건에 살인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처벌 강화에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사건이 알려져야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여론을 의식한 처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29일 된 신생아를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진 미혼부 A(20)씨에 대해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수원시내 자신의 주거지에서 반지를 낀 손으로 생후 29일 된 자녀의 이마를 2차례 가량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초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으나 지난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뒤늦게 공소장 변경을 언급한 것은 최근 '정인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과 경찰은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 이어 경기 용인에서 조카를 물고문해 숨지게 한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들 사건도 처음부터 살인죄가 적용된 건 아니다. 16개월 된 입양아동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장씨는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여론이 들끓자 검찰은 장씨의 첫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10살짜리 조카를 강제로 욕조물에 넣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B씨 부부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 송치 전 살인죄가 적용됐다.
살인과 학대치사 모두 피해자가 결과적으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형법상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두 범죄 모두 법정 최저형이 징역 5년으로 사형을 제외하면 법정형도 동일하다.
그러나 살인은 고의범, 학대치사는 과실범에 해당한다. 법원은 고의범을 과실범보다 더 무겁게 처벌한다. 법정 최저형이 동일해도 혐의에 따라 선고 형량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검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고의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살인죄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가 여론을 의식한 건 맞을 것"이라면서도 "혐의를 적용해도 입증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살해할 목적으로 특정 행동을 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역시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가해 행위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을 주로 담당한 김영미 변호사는 "정인이 사건처럼 경과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입증이 특히 어렵다"며 "가해 부모가 범행을 은폐할 경우 고의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입증이 쉬운 아동학대치사를 적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여론을 의식한 처사라도 살인죄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인이의 경우 부검을 통해 학대가 있었던 점은 확인됐지만 장씨가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정인이를 학대하거나 방치했는지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B씨 부부는 조사 과정에서 물고문 등 혐의를 전부 인정했다.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B씨 부부가 조카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사의 기소 요건을 완화하는 '아동학대살해죄'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이루어져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형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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