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6개국 중 정부수반·고위공무원이 최초 접종받은 나라 3곳
대부분 의료진이나 고령자·요양병원 거주자가 '1호'로 등재
'신속하고 정확한 백신 접종을 위해' |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이율립 인턴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개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4일 '1호 접종자(이하 접종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가 누구일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첫 번째 접종을 하라(접종을 받으라는 의미)"고 촉구한 이후 '대통령 1호 접종' 주장에 연일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4일 원내지도부와 함께 방문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질병관리청 관계자에게 "외국은 상징적인 분, 국가지도자들이 하는데 우리나라 1호 접종자가 누가될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당국발 메시지는 이와 다르다. 국내 백신 접종 동의율이 높은 편인데다 고위 공직자가 먼저 접종받을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요양병원·시설 입소자나 종사자가 최초로 접종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5일 "접종이 요양병원·시설에서 시작해 순차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요양병원 종사자가 1호 접종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요양병원·시설에서 종사자와 환자 중에 백신을 맞겠다고 한 비율이 94% 수준인데 고위 공직자가 먼저 접종한다고 하면 공정의 문제 등과 연결될 수 있다"면서 "1호 접종자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혹은 종사자 중에 한 분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다른 나라 정부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주요국의 '1호 접종자'를 파악했다.
◇정부 수장·고위 공직자 '1호 접종' OECD 중 3개국…이스라엘·체코·터키
코로나19 백신 접종받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심각한 보건 위기 속에서 '1호 접종자'가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각국 정부는 누구를 '1호'로 만들지 결정함에 있어 백신에 대한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해 정무적 결정을 해야 한다.
각국별 사정들은 별론으로 한 채, 한국을 제외한 OECD 회원국의 '1호 접종자'가 누구였는지 확인해보니 대통령이나 총리 등 정부 수반이나 고위 공직자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OECD 36개국(한국을 제외한 전 회원국)의 '1호 접종자'를 모두 확인한 결과, 이스라엘과 체코, 터키 등 3개국(8.3%)이 정부 수반 또는 고위 공직자였다.
우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이스라엘의 경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처음 팔을 걷어 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2월 19일(이하 현지시간) 보건부 장관과 함께 백신을 공개 접종받았고, TV는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이스라엘 국민 3분의 1이 백신 접종을 꺼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모범을 보여 접종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코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도 같은 달 27일 역시 TV 생중계가 이뤄지는 가운데 백신을 최초로 접종받았다.
터키에서는 파흐레틴 코자 보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자국민 중 가장 먼저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 밖에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세르비아의 아나 브르나비치 총리도 그 나라에서 최초로 백신을 접종받았다. 브르나비치 총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백신 주사를 맞았다.
한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1호'까지는 아니지만, 간호사 등 의료진 5명에 이어 백신을 접종받아 선두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중환자실·요양병원 근무 의료진 최초 접종 사례가 과반으로 최다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받는 간호사 |
확인결과 OECD 회원국별 '1호 접종자'는 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양로원 등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많았다.
36개국 중 20개국(55.6%)에서 의료진이 가장 먼저 백신을 맞았는데, 그리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멕시코, 미국,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일본, 칠레, 캐나다, 콜롬비아, 폴란드, 포르투갈, 핀란드, 헝가리 등이다.
미국에서는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간호사 랜드라 린지가 처음 맞았다. 미국 뉴욕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린지 간호사는 작년 12월 15일 백신을 접종받았다.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한 병원의 응급실 간호사가, 네덜란드에서는 요양원 간호사가 각각 1호 접종자였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지난해 가을 의대를 갓 졸업하고 코로나19 병동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한 24살의 젊은 의사가 여러 취재진 앞에서 첫 접종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비교적 최근 접종을 시작한 일본과 뉴질랜드에서도 의료진이 1호 접종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7일 접종을 시작한 일본에서는 도쿄 국립병원기구 도쿄의료센터의 아라키 가즈히로(新木一弘) 원장이 '1호'가 됐다.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19일 백신 접종 담당 의료진이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받았고, 다음날 출입국 관리 인력을 상대로 대규모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뉴질랜드 의료진 |
◇OECD회원국 ⅓이상이 고령자나 요양병원 거주자에게 '1호 접종'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자나 요양병원·양로원 거주자를 첫 백신 접종 대상자로 선정한 국가 역시 36개국 중 13개국(36.1%)으로 많은 편이었다.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호주 등이다.
특히 작년 12월 서방 국가 중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당시 나이로 90세였던 마거릿 키넌 할머니가 최초로 백신을 접종받아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당시 영국에서는 올해 각각 94세, 99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이 최초 접종자로 선정될지 관심이 컸으나, 내외는 지난 1월 윈저성에서 백신을 맞았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전했다.
이 밖에도 ▲ 독일(101세) ▲ 벨기에(96세) ▲ 스웨덴(91세) ▲ 스위스(90세) ▲ 스페인(96세) 등 여러 유럽 주요국에서 90세 이상의 고령자가 최초로 백신을 접종받았다,
이들은 모두 요양병원·양로원 거주자로 각국 정부의 접종 대상 선정 기준에 따라 최초 접종자로 선정됐다.
벨기에의 최초 백신 접종자인 96세 할아버지 |
gogogo@yna.co.kr
<<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gogog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