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인명 피해' 언급에도 수백만명 '22222 총파업' 참여
쿠데타 이후 최대규모 시위···전역서 "군부독재 타도" 외쳐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지 4주째 접어든 22일 쿠데타를 규탄하는 총파업이 전역에서 벌어져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 군사 정권이 전날 밤 성명에서 '인명 피해'까지 거론해 유혈진압이 우려되는 가운데서도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시민들이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군정을 압박했다.
현지 매체 및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찍부터 최대 도시 양곤 등 미얀마 전역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SNS에는 시위 중심지로 부상한 양곤 흘레단 사거리부터 군경 총격으로 2명이 숨진 만달레이는 물론, 북부 까친주 마노에서 최남단 꼬타웅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모습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SNS에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가장 많은 군중이 평화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진짜 강 옆에 사람들이 강을 이뤘다"며 거대한 군중을 묘사했다. 이 사진들이 실린 SNS 게시글에는 '버마(미얀마) 혁명'이라는 문구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쿠데타 이후 의료진 등을 주축으로 조직된 '시민불복종운동' 측은 앞서 SNS를 통해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모든 업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총파업은 1988년 민주화를 요구하며 진행됐던 이른바 '8888' 시위를 모델로 삼았다. '8888 시위'는 1988년 8월 8일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수 만명의 학생들이 절대권력을 휘두른 독재자 네윈 장군의 하야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인 것을 일컫는다.
이번 시위는 2021년 2월 22일에 총파업을 통해 벌이는 쿠데타 규탄 시위라는 점에서, 2를 5개 붙여 '22222 시위'로 불리고 있다. SNS에서는 ‘2Fivegeneralstrike(22222 총파업)’이라는 해시태그도 붙었다. 이에 호응해 소규모 상점 및 영업장은 물론 미얀마 최대 소매업체인 시티마트와 태국의 대형 도매업체인 마크로 등도 하루 휴업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군정은 총파업 하루 전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AP 통신에 따르면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전날 밤 국영 MR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시위대가 2월 22일 폭동과 무정부 상태를 일으키도록 선동한 것이 밝혀졌다"면서 "시위대는 국민들, 특히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10대와 젊은이들을 ‘인명 피해(loss of life)’ 가 우려되는 대립의 길로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경은 또 전날 밤부터 양곤 시내 각국 대사관으로 향하는 길목 등을 포함해 주요 도로 곳곳과 교량을 막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날 오전 다리 위에 놓인 대형 트레일러 짐칸을 시민들이 밀어 옮기는 사진도 SNS에 올라왔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고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전했다. 일부 네티즌은 군경 차량이 밤에 양곤으로 대거 이동 중이라면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SNS에서는 또 군부가 장갑차에 흰 페인트를 칠한 뒤 경찰(POLICE)이라는 글씨를 써 '위장'했다고 주장하는 사진들도 퍼졌다. 네티즌들은 "이런 경찰차를 본 적이 있느냐" "군부의 꿍꿍이가 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양곤 지역 인터넷은 오전 9시 직전 접속이 가능해졌지만, 휴대전화 데이터 통신은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번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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