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피해" 언급한 군부의 강력 경고에도
공무원·의료진·대형 소매업체, 시위 동참
로이터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시위"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강경 진압에 나서겠다는 군부의 경고에도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국제사회도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시위대에 힘을 실어줬다.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전 최대 도시 양곤에 최소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에서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22세의 한 대학생은 “우리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다”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2021년 2월 22일에 총파업을 통해 벌이는 대규모 시위라는 의미로 ‘22222 시위’로 불린다. 지난 1988년 8월 8일 총파업과 가두 시위를 통해 독재자 네 윈 장군의 하야를 요구했던 ‘8888 시위’를 모델로 삼았다.
이날 시위에는 공무원과 철도 근로자, 의료진, 은행 직원 등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미얀마의 최대 소매 업체 시티마트와 태국의 대형 도매 업체 마크로 등도 전격 휴점하며 시위에 동참했다. 로이터통신은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라고 평가했다.
조직적인 총파업은 군부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시위대가 꺼내든 카드다. 철도와 항공 등 인력 대체가 어려운 핵심 산업 공무원의 파업 규모가 커지면 군부는 국가 기간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미얀마 내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핵심 인사들이 공무원들의 시위 참여를 촉구해온 이유다.
군부는 전날부터 강경 진압을 예고해 다시 한 번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시위대가 국민들, 특히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10대와 젊은이들을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대립의 길로 선동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군정은 전날 밤부터 양곤 시내 각국 대사관으로 향하는 길목 등을 포함한 주요 지점과 교량을 막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국제사회도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이며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군사 쿠데타에 직접적으로 책임 있는 자들과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겨냥한 제한적 조치를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미얀마 군부에 폭력을 중단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얀마 외교부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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