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1호 접종자' 공방
劉 "文 먼저 맞고 불신 덜어주길"
靑 "고려 못할 사안 아냐" 응수
정청래 "국가 원수가 실험대상?"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문재인 대통령부터 유승민 전 의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여야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누가 먼저 맞을지를 놓고 22일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적 관심도가 증폭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정치권 한가운데로 불쑥 들어선 것이다.
포문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열었다. 유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1호 접종자'로 정조준했다. 청와대는 이에 열린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백신 불안감이 높아지면 먼저 맞는 일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지킬 때가 왔다"며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하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1번 접종으로 그간 청와대발(發), 더불어민주당발 가짜뉴스로 누적된 국민 불신을 덜어주면 좋겠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질병정창이 2번 접종으로 솔선수범하라. 그래야 국민이 믿고 접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고려하지 못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청래 의원은 유 전 의원의 이같은 제안에 "망언"이라고 반발했다. 또, 자신과 유 전 의원이 '1호 접종자'가 되자는 역제안도 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이냐"며 "당신이 먼저 솔선수범해 맞지 그러시냐. (유 전 의원의 주장은)국가 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일갈했다.
나아가 "국가 원수는 건강·일정이 국가 기밀이며 보안사항"이라며 "'초딩 얼라'보다 못한 헛소리로 칭얼대지 말라"고도 했다.
정 의원은 연이어 글을 올리고 "유승민 씨에게 제안한다. 그렇게 국민 건강이 걱정되면 당신과 내가 먼저 백신 접종을 맞자"며 "우리 다 사람이 우선 접종 대상은 아니지만, 국민이 허락한다면 둘이 모범을 보이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유승민 씨가 대통령을 존경하고 걱정해 백신 접종에 대통령을 끌여들였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국민 불안을 외려 증폭시키는 무책임한 술수"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이 거론한 '실험 대상'이란 말은 야권 내 또 다른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정 의원이)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다가 외려 부담을 줬다"며 "국민은 대통령의 기미상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못 맞을 백신이라면 국민에게도 맞히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웅 의원은 "국민을 백신 기미상궁으로 쓰자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이제 국민의 4대 의무 외에 대통령을 위해 '백신마루타'가 돼야 할 의무도 포함될 것 같다"고 질타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 아니면 국민은 실험 대상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을 실험대상으로 조롱하는 게 아니라, AZ 백신을 직접 맞으면서 접종을 앞둔 국민을 안심시켜 달라는 것"이라며 "백신이 안전하다면 대통령의 1호 접종은 청와대가 나서서 추진할 일이다.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 아니라며 발끈하는 정 의원의 헛소리야말로 AZ 백신의 위험성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언급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도 "대통령에게 백신 주사를 먼저 맞으라는 게 망언이고 조롱인가"라며 "국민이 솔선수범해 백신을 접종하고, 안전이 검증되면 대통령이 맞아야 한다는 말인가. 논리대로라면 국민이 실험대상인가"라고 했다.
이런 공방이 이어지는 도중 '지원자'도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이다.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허락한다면, 정치인이자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 먼저 AZ 백신을 맞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1차 백신 접종 대상자는 아니지만 백신에 대한 불신,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이라며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백신 접종은 차질 없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성 정치인 중에선 내가 1호로 맞겠다"며 "백신 확보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과 민주당이 먼저 맞겠다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데 다 숨었다. 무능함에 비겁함까지 보여주는 문 대통령 행보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했다.
한편 AZ에서 만든 백신은 오는 26일 첫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yul@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