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 유혈사태에 촉발
1988년 '8888 항쟁' 빗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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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22일 ‘22222항쟁’을 벌인다. 1988년 8월8일 대규모 민주화 시위 ‘8888 항쟁’에 빗대 이름 지은 이번 시위는 33년 전처럼 군부의 폭력 진압에 맞서 비폭력 저항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유혈 사태 직후 진행되는 이번 시위로 미얀마 쿠데타 상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AP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반(反) 군부 시위대 등으로 구성된 ‘시민 불복종 운동(CDM)’은 군경의 강경 진압에 숨진 시민 수가 최소 4명에 이르자 이날을 ‘춘계 혁명’으로 명명하고 동참을 촉구했다.
주요 도시 중심가에선 이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대부분의 상점과 기업도 이날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다. 미얀마 최대 유통업체 ‘시티마트’와 태국계 창고형 대형마트 ‘마크로’도 이날 영업을 중단한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이날 역대 최다 인원이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군부가 이에 대해 무력 탄압을 예고하면서 대규모 유혈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군부는 전날 국영 방송을 통해 "시위대가 22일을 폭동과 무정부 상태의 날로 정했다"며 "특히 감정적인 10대와 청년들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길로 선동하고 있다"고 불참을 촉구했다.
양곤, 네피도, 만달레이 등 5명 이상 집합이 금지된 지역에선 경찰과 군인이 물대포, 최루가스, 고무총 심지어 실탄사격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관은 전날 트위터에서 "22일 오전 1시부터 낮 12시까지 인터넷 통신이 차단될 수 있고 정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22222 항쟁은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시민이 최소 4명에 이르면서 촉발됐다.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세 여성이 지난 19일 숨진 데 이어 군경의 발포로 10대 소년을 포함한 최소 3명이 20일 사망하자 저항 움직임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4차례에 걸친 진압으로 부상자는 최소 100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시민들은 1988년 8888 항쟁을 통해 1926년부터 이어진 군부독재에 맞섰다. 당시 시민 수천 명이 희생되면서 실패로 돌아갔지만 수치 고문은 이를 계기로 군부의 대척점에 서게 된다. 군부는 이후 수치 고문에 대한 가택연금을 반복했지만 2015년 총선에서 NLD가 승리하면서 독재를 끝마쳤다.
국제 사회는 미얀마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평화적 시위대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과 위협, 공격을 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다"며 "누구나 평화적 시위를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버마 시민들의 편"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미얀마 군부 홍보매체의 페이지를 삭제했다. 영국 외무부는 미얀마 국방부 장관과 내무부 장·차관 3명에게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를 적용했다.
미얀마 외교부는 쿠데타 사태에 우려를 표명한 국제사회와 미얀마 주재 외국 대사관의 공동성명에 대해 "명백한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이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국제사회 비판에 공식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얀마 외교부는 전날 장관 명의 ‘언론보도문’에서 "최근 양곤에 있는 대사관들과 일부 국가, 유엔이 성명을 발표하고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군부가 헌법에 따라 국가 책임을 맡았고 비상사태 규정에 따른 임무를 완수하면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을 치르고 당선된 정당에 책임이 이양된다"고 반박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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