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열린민주당 후보는 자칭 타칭 '도시계획 전문가'임을 내세워 진짜 개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 의원. /국회=남윤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난 안철수 아냐…공정한 단일화 후엔 결과 승복"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경선을 치르느라 분주한 가운데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저 멀리 앞서가 있다. 지난 9일 열린민주당 최종 후보로 확정된 김 의원은 부동산·소상공인·일자리 부문 등 큰 틀의 공약을 일찌감치 내놓고 부지런히 세부 공약을 준비 중이다. '김진애너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대화는 거침없고, 뿜어내는 에너지는 누구보다 강렬했다.
김 의원은 약 30년 전부터 '서울시장' 꿈을 키워왔다. 1992년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를 그만두고 건축사무소 서울포럼을 창립할 때부터다. 서울시 정책자문이나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서울 시정에 발을 담갔다. 2011년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했지만 박원순 후보가 나온다는 소식에 접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물러설 생각이 없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 의원은 "지금의 시대정신에는 도시 전문가가 필요하다. 민주 진영과 보수 진영이 (정책 추진 기조로) 개발과 보존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했는데 이제는 양쪽 다 놓칠 수 없는 과제다. 이제 '진짜' 개발을 해야 한다. 그 시대를 여는 건 제가 적임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의 주거안정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윤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역세권 미드타운 조성'이 진짜 개발…박영선 공약은 SF"
김 의원은 전문 공부도 하고 현장 경험도 풍부한 자타공인 도시 정책 전문가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건축학 석사와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뒤에는 산본신도시(1989년), 인사동길(2000년) 등 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런 그가 야심 차게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역세권 미드타운'으로 집약된다. 김 의원은 주거지역인 업타운과 도심 시가지인 다운타운의 중간 형태인 미드타운을 서울 307개 역세권에 새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현재 서울 주택 공급 방식은) 아파트단지 개발, 신도시개발, 다세대·다가구 같은 곳 말고는 없다.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역세권에서 일어나야 한다. 뉴욕시나 유럽 대도시를 보면 10층 건물이 상당한 밀도로 나란히 서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앞쪽에는 높은 게 있는데 뒤쪽으로 가면 (건물이) 뚝 낮아진다. 서울시에는 307개의 역이 있다. 앞으로 도시철도가 들어오면 350~360개 역세권이 생긴다. 이 주변을 잘 개발하고 용적률도 확보하면 주거와 상업 기능이 어우러질 수 있다. 저층부는 상업이나 커뮤니티 시설을, 상층부에는 주거 공간을 넣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직주(직장과 주거)근접이 가까워진다. 새로운 (주택) 사업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역"이라고 했다.
다만 개발에 따른 이익은 서울시민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만약 (건물) 밀도를 올리면 개발자도 이익을 받아야 하지만 서울시민과도 이익을 나눠야 한다. 이게 발상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역세권 개발을 못 했던 이유는 제도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뉴타운 같은 재개발·재건축, 신도시에만 집중해왔다. 지하철이나 도로 지하화는 결정하는 데만 5~10년이 걸린다. 저개발된 곳을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최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용적률 규제나 높이 완화 등에 대해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자락을 깔아줬다. 다만 실제적으로 서울시가 지구지정권, 도시계획수립권, 사업인허가권, 협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서울시장에 앉아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정해진다. 307개 역세권을 한꺼번에 할 수 없기에 선별적으로 하지 않으면 MB 뉴타운처럼 돼 버린다. 그래서 서울시장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 장관과는 15년간 인연을 맺어온 "정책 동지"라고도 강조했다.
이같은 구상은 주택개발이 도시개발과 연계돼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실제 김 의원은 1994년 산본 신도시를 설계할 때 '걷고 싶은 거리'를 곳곳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공약이 다른 후보들이 너도나도 내는 '주택 N만 호 공급'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야당 후보뿐만 아니라 여당 후보의 부동산 정책에도 거침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박영선 예비후보의 '수직정원'에 대해선 "SF"라고 표현했다. 그는 "서울이 SF의 실혐대상이 될 순 없다. 박 후보가 갑자기 이명박스러워졌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도 매번 조감도를 들고 '이렇게 하겠다' 했었다. MB는 말도 안 되는 졸속으로 하긴 했지만 적어도 진짜 있는 땅에서 했는데 (박 후보는) SF다"라고 저격했다. 박 후보가 제시한 '수직정원 도시'는 공원을 수직으로 세우고 여기에 주거 공간과 스마트팜, 응급의료시설, 도서관, 돌봄센터 등이 들어서게 하는 통합형 도시 공간이다. 이를 통해 착한 먹거리 공급, 운동, 헬스케어,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서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우상호 예비후보의 주택공급 공약도 비판했다. 우 후보는 강변북로와 철로 위를 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형태의 공공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강변북로 임대주택 공급' 공약에 대해서도 "지하철이나 한강변에 아파트를 짓자는 건데 일부는 가능하겠지만 보편적 해법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왜 우 후보가 갑자기 강변에 카페 운운하며 오세훈식으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근 토론회에서 우 후보가 "한강은 강변도로 때문에 접근성이 낮은데 그 위에 주택을 지어 1층에는 카페, 레스토랑 등 명소를 만들면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 데 대한 지적이다.
김 의원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역세권 미드타운 조성'이다. 주거공간으로 저개발된 역세권을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남윤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오아시스 네트워크'로"
주거 안정 못지않게 '코로나19 위기 극복'도 차기 서울시장이 집중해야 할 주요 과제다. 김 의원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서울 오아시스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주장한다. 동네 10분 거리에 작은 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을 만들어 오아시스처럼 여유로운 공간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다. 2010년 한명숙 당시 서울시장 후보 공약 때 김 의원이 만든 '10분 동네'를 발전시킨 개념이다. 김 의원은 이번에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겪으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서울 오아시스'의 핵심은 돌봄 플랫폼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돌봄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에서 14세 이상 시민들이 돌봄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서울시 차원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돌봄 시간에 대한 보상을 돈으로 받거나 포인트로 적립하는 것으로, 포인트 36시간을 적립해놓으면 36시간 돌봄을 받도록 하는 식이다. 김 의원은 "도시민들이 누군가를 도와줄 뿐 아니라 언젠가 자신도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서로 신뢰하고 기댈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들고 싶다. 제 오랜 꿈이다. 필요한 예산까지 계산해 놓았다. 입으로만 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공계 출신답게 서울의 '디지털 혁신'도 호소하고 있다. 그는 관련 공약인 '디지털 르네상스 서울'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물음에 "제가 이공계 출신 아닌가. 미래도시라는 건 SF영화에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 르네상스는 도시민의 삶을 바꾸는 디지털 기술을 당장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조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예를 들어 서울시 행정 문서를 ODF라는 개방문서표준을 도입해 곧바로 데이터화해 서울시 정보 공개율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또 UIUX(User Interfaces User Experience)를 언급하며 "소비자친화적으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구난방인 지하철 안내 시스템을 모두 통합하고 탑승자의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앱을 개발하는 안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변화에 맞춰 서울시 조직도 '5부시장(경제산업, 디지털, 주택도시안전, 복지문화, 시민소통)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 구상에 대해선 "공정한 방식"을 전제로 결과에는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단일화 페어 플레이하자…결과엔 승복"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야권뿐만 아니라 범여권 단일화에도 관심이 높다. 정치권은 범여권 단일화가 이뤄지면 지지층 결집을 불러와 단순히 양당의 지지층을 합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김 의원이 선거를 완주해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게 돼 더욱 이목이 쏠린다.
다음 달 1일 민주당 최종 후보 확정을 앞두고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단일화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우리(범민주진보진영)를 다 합해도 저쪽(보수진영)보다 전체 지지율이 낮아 단일화를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다. 박영선 후보가 한 달 이상 늦게 나와 여태껏 성사가 안 됐지만 지금 해야 한다. 양쪽 지도부 간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양당 단일화 과정에서 범여권 서울시장 경선은 더 흥행하리라 전망했다. 그는 "솔직히 박영선, 우상호 두 후보 토론하는 게 기다려지나. 두 번 했는데 기다려지지 않는다. 왜냐? 재미없으니까. 하지만 박영선과 김진애가 단일화 토론를 한다면 시청률이 폭발할 거다. 또 안철수와 김진애가 토론하면 시청률 대폭발,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손짓까지 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공정한 단일화 방식'을 전제로, 결과는 깔끔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단일화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페어플레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우린 크니까 너희가 조금 있으면 사퇴하겠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굉장히 마음을 합하기 힘들 것"이라며 "다행히 박원순·박영선 단일화(TV토론 후 배심원 판정 30%, 여론조사 30%, 국민참여경선 40%)라는 상당히 성공적인 모델이 있다. 이를 통해 빨리 결정해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안철수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하고 나면 당연히 승복하고 다음 날부터 선거운동도 같이 하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대 관심사인 '선거 완주'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을 삼갔다. 김 의원은 "(단일화 방식이 부당할 경우는) 두고 봐야 한다. 미리 판단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민주당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저희 측도 여러 번 이야기 하고 있다"라며 "유튜버 등 밖에서도 말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쉽게 자기들 마음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당 대표 성추행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이번 선거에 무공천한 정의당 표심을 겨냥하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노회찬재단을 방문해 노 전 의원 공약 중 8개를 이어받겠다는 공약협약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정의당 지지율까지 합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단일화 방식을) 고민했다. 당 대 당으로 하긴 어렵다"며 "노회찬 전 의원은 제가 굉장히 존경해온 인물이다. 10년을 앞서갔던 인물"이라며 "노 전 의원 공약 일부를 계승해 도로를 줄여서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 6세 무상의료, 영상과 유튜브까지 담은 K라이브러리를 역세권마다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지난 18일 노회찬재단을 방문하는 등 정의당 표심도 공략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누구? 1953년생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를 거쳐 1988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대학원 건축학 석사와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서울포럼' 건축도시기획회사와 건축사무소 'SF도시건축'를 운영하며 대단위 도시 환경 공학 연구 및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행정신수도 기본계획, 산본 신도시 도시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 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1994년 '타임'이 선정한 '차세대 주목할 만한 인물 100인'에 뽑혀 정치권 러브콜을 받아온 그는 세 번째 국회의원 도전 실패 끝에 제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승계를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21년 2월 9일 정봉주 전 의원을 제치고 4·7재보궐 서울시장 선거 열린민주당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unon89@tf.co.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