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복지부·질병청·식약처는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 등 의료계와 26일부터 시작될 백신 예방접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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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닷새 앞두고 의료법 개정안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겨질 경우 “전국 의사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고, 정부는 “극소수 중범죄 의사만 면허 취소되는 것으로 절대 다수의 의료인은 관계 없다”라며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맞선다.
이런 와중에 의료계와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백신 접종에 협력 방안을 의논하는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서 양측은 성공적인 접종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의협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실제 접종이 끝날 때까지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정부는 21일 서울 건강증진개발원 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의정공동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의 성공적인 완수를 다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총 6명이 참여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모두발언에서 “접종현장에 필요한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와 일부에서 제기하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 해소는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라며 “코로나19 종식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백신 접종에 정부와 의료계,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백신 접종은) 국가적 대사고 막중한 일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완전히 뭉치고 협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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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정부는 지난 1월 26일 제1차 공동위원회를 열고 총 9차례 만나 직역별, 지역별 실무 간담회를 진행하며 예방접종 현황을 공유하고 의료계 건의 사항을 수렴했다. 이번 2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예방접종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9차례 실무 간담회에서 제안된 의료계의 건의 사항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하루 전 의협이 의료법 개정안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낸 이후여서 한때 파행 가능성도 나왔던 이번 2차 회의는 예상과 달리 조용하게 진행됐다. 오후 5시부터 1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 동안 3~4차례 웃음소리가 회의장 밖까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일 의협은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성명서를 통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 총파업의 불씨는 아직 남았다. 최 회장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오늘(21일) 회의는 잘 됐다”면서도 “20일 발표한 성명서대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고 총파업 결과가 코로나19 백신 지원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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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 회장은 “협력관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결론은 아니고 총파업을 하면 자연히 (백신 접종에)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며 “의료법 개정 등 사안 본질은 정부와 여당이 불합리한 법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총파업 시) 책임은 정부가 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의료법 개정안은 오는 22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강력 범죄 등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이 통과한다면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 면허를 다시 발급받을 수 없다. 의료행위 중 일어난 과실은 제외한다. 의협은 운전 과실 등으로 인한 인명 사고 등 고의가 없는 경우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되는 등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의료법 개정 관련 “살인, 강도, 강간 등을 저지른 의사가 계속 진료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의협이 이를 반대하는 식으로 오도하면 안 된다”며 “현행법에 몇 가지 중범죄를 추가하면 되는 것을 모든 범죄에 적용하면 과잉 입법이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만일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하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며 “불법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고 엄중히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의협)가 먼저 주도해서 제안해서 백신접종에 적극 협력하겠다했고, 해왔다. 그런데 총파업 얘기가 왜 나왔나.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서 불합리한 법을 독단적으로 강행 처리해버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의료법이 법사위에서 통과되면 우리는 총파업에 나설 것이고, 정부는 관련해서 단호한 조치를 하라. 단죄 했을 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협의 총 파업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1분기는 시설 위주로 가기 때문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장기화 하면 차질이 있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진료라는 의무를 하고 있다. 그것 외에 추가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나라와 국가를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예를 들어 주 50시간 일을 하고 있는데 추가로 20시간 백신 접종 일을 하는 것이다. 그걸 하지 않는 다고 강요할 수 있느냐. 추가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사의 사기를 왜 꺾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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