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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오은영의 당부 "정인이 언니, 우리가 보호해야 할 귀중한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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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 정인이 사건 당부 메시지 전해
"정인이 언니 공포 클 것, 보호·치료책 필요"
"아동학대 사건, 자녀에게 숨기지 말고 알려라"
한국일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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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해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분노만 할 게 아니라 아이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박사는 정인이를 사망하게 한 양부모의 친딸인 정인이 언니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이자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 박사는 "정인이 언니는 죄가 없고, 이 아이 역시 우리가 보호해야 할 귀중한 자녀"라며 환기시켰다.

오 박사는 19일 TBS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 출연해 정인이 언니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돌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인이 사건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게 정인이 언니"라며 "주변에 가까운 가족이나 이런 분들이 절대 잊지 말고 아이 회복에 굉장히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이 언니, 정인이 못 지켜 준 죄책감 느낄 것"

한국일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날인 17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정인(가명)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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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박사는 이번 사건이 정인이 언니의 정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두려움과 공포는 어른이 돼서도 그 사람의 정서 상태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 공포가 된다"며 "물리적 힘에 의한 두려움이 대표적인데, 직접 때리지 않아도 매를 치거나 크게 고함을 지르고 무서운 얼굴 표정을 하는 것도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 박사는 이어 "직접 겪은 당사자뿐 아니라 옆에서 목격한 사람도 비슷한 두려움을 경험한다"며 "정인이 언니 입장에선 정인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을 텐데 얼마나 두려웠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박사는 정인이 언니가 자신의 학대의 당사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박사는 "아무리 악마 같은 짓을 한 양부모라고 해도 정인이 언니에겐 부모"라며 "지금 부모와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 부모와 분리된 것에 대한 두려움과 받은 상처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인이 언니에 대한 치료와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분노만 할 게 아냐, 실질적 변화 만들어야"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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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박사는 정인이 사건 등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자녀에게 진솔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잔인하다고 해서 숨길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아이에게 정확하게 이야기해 줘야 한다"며 "이번 일을 통해 아이가 잘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은 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게 부모고 엄마, 아빠는 널 그렇게 사랑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가 분노하고 경악하는 것이다. 네가 이 뉴스로 굉장히 놀라고 힘들겠지만, 염려하지 마라. 인간은 원래 절대로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 되고 누고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인간이 절대로 넘어선 안 될 선'이라고 얘기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동학대 사건이 더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너무 좁은 공간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본래 그 사람이 갖고 있던 병리적인 문제가 더 증폭됐다고 봐야 한다"며 "가장 약자인 아이한테 병리적인 부분이 가장 많이 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분노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정인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중요한 건 실제 변화다. 분노만 할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혼자가면 한 번 더 봐준다던가 춥게 입고 있으면 한 번 더 돌본다던가 실천적 노력을 통해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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