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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군부가 언니·오빠 잡아갈까 걱정…미얀마에 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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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민단체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연대 인증샷

[경향신문]

한국에 사는 미얀마인 흐닌쏘(29)는 지난 1일 고국의 쿠데타 소식을 접했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쿠데타 사흘째까지 미얀마에 있는 가족들과 통신이 끊겼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뒤로도 가슴이 철렁하다. 고국에서 공무원인 언니와 오빠가 파업하고 매일 시민 불복종 시위에 나가고 있다. 관사에서 살던 오빠는 군부의 체포망을 피해 아예 다른 지역으로 피신했다.

경향신문이 21일 인터뷰한 흐닌쏘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가느다랗게 떨렸다. “군부가 오빠를 잡아갈까 봐 밤마다 무섭죠. 군부는 마음대로 총을 쏠 수 있잖아요. 또 밤에 사람을 몰래 잡아가니까.”

군이 실탄, 고무탄, 새총을 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밤잠을 설친다.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19세 시위 참가자가 뇌사에 빠진 끝에 19일 숨졌다. 20일엔 만달레이에서 시위대 2명이 추가로 총을 맞고 사망했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고민하다 국내 18개 시민단체가 개설한 ‘빠띠 캠페인즈’의 미얀마 연대 인증샷 페이지에 미얀마 쿠데타 반대 인증샷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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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미얀마인 흐닌쏘(29)가 국내 시민단체 18곳이 진행한 ‘온라인 서명시위’에 인증샷을 보냈다. 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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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흐닌쏘는 고국에서 한 번도 ‘민주화 이후’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 1962년 집권한 군부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 정부에 정권을 넘겼을 때는 한국으로 온 뒤인 2016년이었다. 그래서 민정이양 후 5년을 겪은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조금은 부럽다.

다만 미얀마를 오갈 때마다 사회가 더 투명해졌다고 간접적으로 느껴왔다. 정권이 바뀐 뒤엔 입국자들이 공항에서 뇌물을 요구받던 관행이 사라졌다. “2013년에 미얀마에 갔을 때 공항에서 공안들이 입국한 사람들을 죄인처럼 대하면서 ‘달러 갖고 왔지? 한 장만 주고 가라’ 이런 식으로 했거든요. 2016년부터는 그런 게 없어졌어요.”

흐닌쏘는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에 화가 난 이유는 부정부패와 경제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군부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데, 군부는 잘살고 군부 자녀들은 외국에서 호화롭게 공부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가난하고 먹고살기 힘들거든요.”

■“지금 헌법으론 제2의 쿠데타 가능”


한국에 사는 미얀마인 웨눼(35)도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미얀마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눼는 “미얀마의 경제 권력의 80%는 군부가 쥐고 있다”면서 “Z세대들이 똑똑해서 군부와 연계된 기업들을 상대로 보이콧 리스트를 만들고, ‘나라의 배신자’ 페이지를 만들어서 군부가 언제 무슨 짓을 했는지, 군부의 자녀들이 지금 해외 어디에서 교육받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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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미얀마인 웨눼(35)가 “미얀마 군부가 반인류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한국어로 적은 인증샷을 참여연대에 보내왔다. 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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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으로 유학 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웨눼는 “한국에 와서 교육받아보니 지난 50년간 미얀마 군부가 우리를 똑똑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세뇌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군부 쿠데타는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얀마에 돌아가면 공동체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일 아웅산 수지 고문이 구금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설마”라고 생각했다. 설마가 진짜로 판명 났을 때는 멍해서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한국 시민단체들이 연대 인증샷 올리기 캠페인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6일 동참했다. “미얀마가 반인류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한국어로 적었다. 미얀마에선 보건소장인 큰오빠와 고등학교 교사인 큰언니가 “군부 통치하에 일 안 한다”고 파업하고 매일 시위에 나가고 있다.

웨눼는 쿠데타를 가능하게 한 근본 원인은 2008년 개정된 헌법에 있다고 했다. 미얀마 헌법상 군부는 전체 국회의원 의석의 25%를 자동으로 할당받는다. 군 통수권은 대통령이 아닌 군 총사령관에게 있다. 비상사태시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입법·행정·사법권을 넘길 수 있다. 웨눼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문민정부로 돌아가도 언제든 2차, 3차 쿠데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쿠데타에 대한 뼈저린 역사적 경험이 있고, 헌법을 개정해본 적이 있는 한국인들이 누구보다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공감할 것”이라면서 “유혈사태가 생겼을 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8개 시민단체가 지난 9일부터 시작한 인증샷 올리기 캠페인에는 시민 400여명이 마음을 모았다. 이영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는 “미얀마 시민 불복종 운동에 한국 시민단체도 연대하려고 캠페인을 시작했다”면서 “보내준 인증샷은 영어로 번역해서 미얀마 시민단체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미얀마 군부와 경제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엔 진상조사위원회는 2019년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와 거래하면서 군부를 지원해온 주요 14개의 기업 중 6개가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었다고 밝혔다. 아시아 인권보호단체인 사단법인 ‘아디’의 김기남 변호사는 “미얀마 민주주의 후퇴에 한국 기업도 기여하지 않는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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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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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띠 캠페인즈’에 인증샷 올리기 : https://campaigns.kr/campaigns/304/pickets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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