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료진 "기다렸다가 다른 백신 접종하겠다"
프랑스 보건부 장관 나서서 접종했어도 '시큰둥'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맞고 싶지 않은데….'
프랑스에서 가장 최근 승인을 받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인 의료진 사이에서는 다른 백신 물량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백신을 맞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65세 미만 의료서비스 종사자를 상대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나이 제한을 둔 이유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백신이 고령층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고등보건청(HAS)의 판단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백신 공급 물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아스트라제네카에 으름장을 놓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광경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은 프랑스 북동부 모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읽힌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모젤주 보건노조 소속 모니크 프랑수아 씨는 최근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인기가 없다고 평했다.
파리 외곽 레몽 푸앵카레 병원의 전염병 전문의 뱅자맹 다비도 씨는 "효력이 떨어지는 백신을 의료진에게 접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39세인 다비도 씨는 지금 당장 맞을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포기하고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맞는 프랑스 보건 장관 |
스트라스부르에 기반을 둔 다른 의사는 수치로 따져볼 수는 없겠지만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런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향한 불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낮다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3상 임상시험 단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평균 면역 효과는 70.4%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95.0%, 모더나 94.1%보다 낮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투약을 시작한 이후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이러한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 남서부 페리괴 종합병원 간호사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이들의 50∼70%가 부작용을 호소했다고 프랑스3 방송이 전했다.
이들은 병원 경영진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가져올 위험을 경고하며 화이자-바이오엔테크나 모더나의 백신으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이 지난 11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달 6∼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1만명 중 149명이 부작용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피로감, 오한, 발열, 멀미, 근육통 등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지금까지 보고된 반응은 임상시험 단계에서 예상한 것과 동일하다"면서 "심각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한 프랑스 |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거부 반응에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옥스퍼드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는 방식으로는 남아공 변이가 일으키는 증상 발현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남아공 정부는 100만회분을 미리 구매해놓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보류하고 존슨앤드존슨(J&J) 백신으로 갈아탔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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