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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이익 1억 자영업자도 매출 줄면 지원? 부자지원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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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지원금 ‘매출 10억’ 확대 윤곽

업종별 영업이익률 고려 안 해

5인 이상 식당·학원 제외하면서

불법 노점상은 포함 추진 논란도

중앙일보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열린 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반대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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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대상·금액을 ‘폭넓고, 두텁게’ 가져가겠다는 여당·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거나 그간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던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정당하냐는 것이다.

18일 여당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 대한 4차 재난지원금 기준은 ‘연 매출 4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확대될 예정이다. 2019년 기준 연 매출 4억 이하는 전체 소상공인 중 86%, 연 매출 10억 이하는 95% 수준이다. 사실상 매출액이 감소한 소상공인 대부분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자영업자마다 영업이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대표적인 서민 창업 아이템인 커피전문점·치킨전문점·베이커리의 2018년 기준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21.6%·17.6%·15%(KB금융그룹 조사)로 다르다. 범위를 넓게 봐도 음식·숙박업은 2016년 기준 11.4%인 반면 도·소매업은 4.2%(국회예산정책처 조사)로 차이가 크다.

상품 경쟁력과 업종·입지·상권 등에 따라 매출은 많지만 이익이 적은 곳이 있고, 반대로 매출은 적지만 이익은 많은 경우도 있다. 단순하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영업이익률이 높아 억대 수입을 얻는 ‘부자’ 자영업자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창업 시점, 종업원 수 등 세부 기준도 마찬가지다. 식당·학원 같은 서비스업은 특성상 종업원 수가 많은데 상시 종업원이 5명을 넘으면 매출 타격이 심각하더라도 지원금을 못 받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기준을 충족하면 모두 받고, 기준에 미달하면 전혀 받을 수 없는 식의 ‘절벽’이 있다면 경계에 있는 소상공인의 반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당에서 “노점상과 같이 아예 세원·과세 자료가 없어서 누락된 분들을 포함해야 한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고 나오면서 형평성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불법 노점상이나 미등록 사업자 등은 현금 거래가 대부분이라 손실 규모 파악 자체가 힘들다”며 “특히 과세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기 때문에 가게를 임대해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장사하던 상인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리 지갑’인 월급쟁이의 불만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수입이 줄어든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인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영업자만 피해본 것이 아닌데 왜 내가 낸 세금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자영업과 연관된 영세 기업 등 일반 기업의 피해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난지원금이 경제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셈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표면적인 것이고, 그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던 계층의 ‘표심’(票心)을 얻겠다는 의도 아니겠나”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이 4차, 5차 등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수가 수긍하는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김기환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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