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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학대 속에 같이 자란 ‘정인이’ 언니…부모와 분리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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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아동학대처벌법 학대아동 형제자매도 보호·분리 대상

전문가 “함께 당했을 가능성…분리해도 마땅히 갈 곳 없어”

헤럴드경제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의 영정 사진과 함께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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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신주희 기자] “정인이 언니가 아빠에게 맡겨지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 혐의가 확정된 건 아니라지만 아동학대 정황이 있는 사람인데, 친자든 양자든 아이를 계속 맡길 수 있겠어요?”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기일이 열린 지난 17일 서울 남부지법 앞에서 만난 시민 윤모(34) 씨는 이처럼 말했다. 비극적으로 눈을 감은 정인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시민들은 정인이의 양부 안모(37) 씨와 양모 장모(35) 씨의 친자인 첫째 딸의 안위 역시 걱정하고 있었다.

법조계 등에서는 안씨가 받게 될 처벌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안씨를 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첫 공판 당시 검찰은 장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했으나 안씨에 대한 혐의는 그대로 유지됐다.

안씨가 재판에 넘겨진 혐의만으로는 중형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동복지법상 학대, 유기·방임 등을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기를 마친 안씨가 정인이 언니와 함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인이 언니는 현재 조부모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언니에 대한 안씨나 장씨의 친권 제한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학대를 받지 않은 형제·자매를 보호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3월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면서 피해아동의 형제자매이거나 동거하는 아동들도 ‘피해아동 등’으로 보호·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아동학대행위자와 격리,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등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연고자나 위탁가정, 그룹홈 등에 생활할 수도 있다.

함께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형제자매들에 대한 관심이 보다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 학대 사망 사건만 알려지는데, 이 때에 가정 내 형제자매들이 학대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당연히 다른 형제자매들이 일반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전제하면 아동 개인이 아니라 가족 단위의 치료나 대응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대 아동의 형제자매들을 무조건 분리하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아동 입장에서는 분리는 곧 보호자가 없어진다는 의미”라며 “학대 행위자의 친권을 박탈할 수도 있겠지만 대안은 아이가 시설에서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인이 언니의 입장에서는 조부모 등과 지내는 게 우선은 안정적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재훈 교수는 “우리나라가 아직 그런 시스템이 미비해 적극적으로 보호하더라도 아동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독일의 사회 교육적 가족 지원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아동 문제 생겼을 때 아동 개인 단위의 지원이 아니라 부모와 다른 형제 자매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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