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력 추가 투입 막으려 곳곳 '고장 난 차 버려두기' 운동 전개
쿠데타 합리화에 수치 추가 기소 '막가파식' 조치에 불만 더 커져
미얀마 양곤 중심가 가득 메운 쿠데타 규탄 시위대 |
(방콕·하노이 =연합뉴스) 김남권 민영규 특파원 = 미얀마에서 17일 쿠데타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의 불꽃이 다시 커졌다.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서 수만 명씩 운집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주말 군 병력 투입 이후 시위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듯했으나 이날 폭발적으로 늘어나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라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AFP 통신도 주말 군 병력 투입 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양곤에 사는 교민은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위대가 흘레단 교차로 주위에 모여 있다"고 전했다.
군부의 쿠데타 합리화와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한 추가 기소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에 동참한 미얀마 교사들 |
현지 매체 및 외신에 따르면 기독교 성직자 및 가톨릭 신부 등 종교인은 물론 교사 등 공무원, 의사, 농민, 토목 기사, 은행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참여해 수치 고문 석방과 군부 독재 종식을 촉구했다.
전날 군사정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국민 5천300만명 가운데 4천만명이 군의 행동을 지지한다"며 쿠데타를 합리화하고 "시위 참여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군정이 수치 고문을 재해관리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하면서 이날 대규모 시위가 예고됐다.
이날 오전 1시 군부의 인터넷 차단 수 시간 전부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반(反) 군정 활동가인 킨 산다르와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대변인인 찌 토 등이 대규모 시위를 촉구했다.
'고장 난 차량 버려두기' 운동으로 양곤 시내를 막는 시위대. 2021.2.17 |
양곤에서는 군 병력 추가 투입설에 대응한 시위대의 기지가 발휘됐다.
'고장 난 차 버려두기' 시위로, 마치 차량이 고장 난 것처럼 앞부분 후드(엔진룸 덮개)를 들어 올린 뒤 도심 도로는 물론 외곽과 양곤을 잇는 교량 등에 버려둬 원활한 통행을 막는 방식이다.
SNS에서는 후드를 올려진 채 방치된 듯한 승용차와 택시, 버스 등의 모습이 다수 올라왔다.
차량 앞 유리에는 '미얀마에 정의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나 수치 고문 얼굴이 그려진 전단이 꽂혀있다.
"군홧발 밑에 무릎 꿇지 않겠다" 플래카드를 내건 양곤 시위대. 2021.2.17 |
쿠데타 항의 시위가 12일째 이어진 데다 시위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 군경이 강경 진압에 나설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날 양측이 충돌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성명을 내고 "군인들이 외딴 지역에서 양곤 등으로 이동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군 병력 이동은 대규모 살상, 행방불명 그리고 구금에 앞서 이뤄진 것이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수치 고문의 변호인 역할을 맡았지만, 아직 접견은 물론 화상으로 진행된 법원 심리에도 참여하지 못한 킨 마웅 조에는 이날 AFP 통신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도 준비한다"면서 "재판이 1년 이상 끌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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