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담임 법정 증언 "두달 만에 아무런 의욕 없는 아이로 변해"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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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가 불과 2개월 만에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담임 교사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나온 아이가 너무 마르고, 피부가 까맣게 변해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말랐는데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다"며 "어린 아이들은 가스가 차면 아랫배에 차는데 정인이는 윗배가 더 둥글고 빵빵하게 튀어나온 상태였고,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A씨는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인이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잘 웃고 활동적인 아이였다"면서 "2개월 만에 다시 등원한 정인이는 멍하니 앉아만 있고, 뭘 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망 하루 전인 지난해 10월 12일 정인이의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A씨는 "저 때 정인이를 안고 있었는데 숨만 (겨우) 쉬는 아이 같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A씨는 "하루종일 정인이가 숨은 쉬는지 불안해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며 "그 때 부모 의견을 무시하고 병원을 데려갔으면 (정인이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울먹였다.
장씨는 7월 중순부터 약 2개월간 가족 휴가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첫째는 등원하는데 동생은 안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냐"는 검사의 질문에 A씨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라 다른 교사들과 얘기를 나눴다"면서 "구체적으로 묻기가 좀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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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양모 장씨가 정인이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 부모들과는 달랐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보통 정인이 또래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서 양육자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다른 부모들과 달리 장씨는 정인이를 안아준다거나 그런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정인이의 몸에 난 상처에 대해서도 안일하게 '괜찮다'는 식으로만 말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부모로써 아이에게 관심이 적고, 특히 둘째인 정인이를 치밀하게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께에도 시민들은 엄벌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법원 앞을 가득 메웠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약 20여명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정인이를 죽인 부부살인단, 사형이 마땅하다'는 내용이 문구가 적힌 팻말 등을 들었다. '입양부 사형', '정인이 양부 살인공범 구속'이라고 쓰인 노란색 패치도 옷에 붙였다. 현장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인아 미안해' 등의 글귀를 적은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양부 안씨는 이날도 일찍 법원에 출석했다. 안씨는 법원 정문 쪽에 모인 시민들을 피해 오전 9시께 법정 경위 4명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후문을 통해 법원청사로 들어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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