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홀트복지사 "정인이 입양모, 일반적 엄마들과 달리 무책임해 보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홀트 직원 법정 증언 "일주일째 밥 못 먹는데도 병원 안 데려가"

아시아경제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가 아이를 무책임하게 장기간 방치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재판에 출석한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A씨는 지난해 9월 장씨로부터 아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한 끼만 밥을 못 먹어도 응급실에 데려가는 게 일반적인 부모인데 장씨는 달랐다"며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일주일 넘게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자기자식처럼 키우겠다고 한 사람이 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됐다"면서 "보통 엄마들은 애가 하루만 밥을 먹지 못해도 늦은 밤에라도 병원 데려가 응급진료 받았을텐데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양모에게 기관 차원에서 아이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장씨의 말투도 바뀌고 연락도 잘 안 되었다"며 "이후 거의 양부를 통해 논의했고, 추석 이후인 10월 15일 가정방문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정인이는 등 쪽에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방문 이틀 전인 13일 사망했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아 사후관리를 전담했던 A씨는 정인이와 관련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던 5월 이후 다른 입양아들에 비해 훨씬 많은 연락을 취했다고도 진술했다.


또 A씨는 장씨가 병원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고 했다. 검사가 "장씨가 선뜻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느냐"고 묻자 A씨는 "병원에 데려 가는 걸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답했다.


아시아경제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은 정인이에게서 발견된 멍자국에 대해서도 논쟁을 펼쳤다. 장씨 측 변호인이 A씨에게 "평소 아이에게 몽고반점이 많았느냐"고 묻자, 검찰은 "멍과 몽고반점은 쉽게 구별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대 신문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몽고반점은 파란색인데 내가 봤던 것은 멍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께에도 시민들은 엄벌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법원 앞을 가득 메웠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약 20여명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정인이를 죽인 부부살인단, 사형이 마땅하다'는 내용이 문구가 적힌 팻말 등을 들었다. '입양부 사형', '정인이 양부 살인공범 구속'이라고 쓰인 노란색 패치도 옷에 붙였다. 현장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인아 미안해' 등의 글귀를 적은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양부 안씨는 이날도 일찍 법원에 출석했다. 안씨는 법원 정문 쪽에 모인 시민들을 피해 오전 9시께 법정 경위 4명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후문을 통해 법원청사로 들어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