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기관 홀트 사회복지사, 법정 증인 출석
"양모가 '정인이 밥 안 먹는다'며 전화"
"부모인데 일주일째 병원 안 가 마음 아팠다"
"양모가 병원 가는 것 꺼리는 듯 보였다"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의 양모가 정인 양을 병원에 데려가는 것을 꺼리는 듯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 씨,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 모씨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의 두 번째 증인으로는 정인 양의 입양과 사후관리를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 A씨가 출석했다. 앞선 오전 공판에서는 정인 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작년 9월 18일에 장씨에게 ‘피해자가 일주일째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당시 장씨가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이를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입양한 사람이 왜 아이를 ‘불쌍하다’고 표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아이가 한 끼만 못 먹어도 부모는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일주일째 병원 진료도 가지 않았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증언했다. A씨가 해당 발언 중 오열해 법정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검사가 증인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어 A씨는 “아이가 음식을 못 먹으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장씨가 ‘그날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고 토요일은 입양 가정 모임이 있다’고 했다”며 “내가 느끼기에는 병원 가기를 주저하고 꺼려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그날 저녁과 다음날 양모 장씨와 양부 안씨에게 메신저 등을 통해 병원에 다녀왔는지 여러 차례 확인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A씨와 장씨의 메신저 화면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9월 18일 전화 통화 이후 “일주일 동안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것이지 아예 굶은 것이 아니다”라며 “저도 엄마인지라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힘들어서 연락한 것이지 육아 관련해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A씨에게 말했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장씨의 학대 끝에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 결과 정인 양의 사인은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과 이로 인한 과다 출혈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법원 앞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을 비롯한 수십 명의 시민들이 모여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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