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복지사 "정인이 볼때마다 멍·상처…양모 추가 방문 요청 거절"

"몽고반점과 달라 구분할 수 있어"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김도엽 기자 = 입양부모로부터 수개월간 학대를 당해 숨진 것으로 밝혀진 정인양의 입양절차를 진행한 사회복지사가 "양모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17일 열린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2회 공판기일에는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인양은 지난해 1월 양모 장모씨, 양부 안모씨 부부에게 입양돼 같은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 6월, 9월, 무려 3차례나 학대의심 신고를 접수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학대 정황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첫 학대의심 신고가 접수된 직후인 지난해 5월26일 학대정황을 파악했다. 입양 후 이뤄진 두 번째 가정방문 조사를 통해서다.

이와 관련 복지사 B씨는 "지난해 2월 첫 가정방문 당시 양부모의 상호작용은 굉장히 편안했고, 아빠는 안아주거나 했고 엄마도 적극적인 반응을 잘했다"고 말했다.

다만 5월26일 2차 방문과 관련해서는 "아보전에 학대 신고가 접수돼 연락이 왔고 육안으로 아이 상태를 확인해야 해서 정인이 집을 찾았다"며 "정인이의 허벅지 안쪽과 배 주위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 상처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B씨는 "배는 쉽게 멍이 들기 어려운 부분이라 양부모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설명을 받지 못했고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긁는 버릇이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양부 안씨는 '허벅지 안쪽은 마사지를 해주다가 그런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B씨는 정인양의 상처가 넘어져서 생긴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증언했다. 정인양 몸에 몽고반점이 많았지만 멍과 몽고반점은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모 장씨가 아이를 30분가량 자동차에 방치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된 뒤 이뤄진 7월2일 3차 가정방문 때도 이마 부위에 상처가 발견됐다. B씨는 이유를 물었지만 장씨는 '아이가 엎드려서 자다가 생긴 거라 금방 없어진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B씨는 "정인이 언니를 등원시키는 과정에서 정인이를 잠시 차 안에 방치해 어린이집과 실랑이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장씨는 '그 뒤로 어린이집에 가면 원장이 본인을 피하는 것 같다'면서 원장이 신고했을 것이란 뉘앙스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인양의 체중이 감량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온 이후에는 9월18일에서야 방문없이 통화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B씨는 "장씨가 매우 흥분되고 화난 말투로 '정인이가 1주일째 거의 먹질 않는다' '오전에 준 과일 퓨레를 아직도 입에 물고 있다'고 했다"며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B씨는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장씨에게 '아이에 대한 마음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물어봤었고 장씨는 '애정에 변함이 없다'고 했었는데 그날은 갑작스럽게 화를 냈다. (정인이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특히 "'불쌍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고, 아이가 잘 먹지 못할 경우 응급실에라도 갔을 텐데 장씨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홀트 측은 가정방문을 요청했으나 장씨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가정방문을 10월15일로 한달가량 늦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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