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 30조원 가능성에 홍남기 "언론 억측"
"사각지대 어디까지 커버할지 검토할 과제"
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을 우선 추진하기로 하면서,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16일 4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2021년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이와함께 기재부는 당정 사이에 논의 중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코로나 지원 방향을 ‘손실 보상’이 아니라 ‘피해 지원’ 위주로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별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동시에 집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던 기재부의 당정 갈등도 일단락됐다. ‘보상’이 아닌 ‘지원’이 코로나19 손실 관련 법제화의 핵심이 되면서, 추경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기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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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손실 보상 대신 영업 피해 지원 방침 강조
16일 기재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자영업자 손실 보상’에 대해 "부처·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적 성격, 지원대상·금액·기준을 검토·분석해 가장 효과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기재부는 ‘손실 보상’ 대신 ‘영업 피해 지원’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에서 지원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기준을 언급하며, 선별 지원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매출 4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버팀목 자금을 지원했는데, (앞으로는 매출) 4억원을 넘더라도 고통받는 계층을 추가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추경안 제출 일정 등에 대해서는 "이번에 집중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계층을 대상으로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3월 초순에 국회에 1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문제에 대해선 "방역 문제가 확실하게 제어되지 않는다면 그런 어려움 덜어드리기 위해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추경 규모 30조원설에 대해 "추측보도 심해"
그렇지만, 홍 부총리는 추경을 통한 지원 예산 투입 대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세웠다. 최대한 ‘투텁게’라는 여당측 입장에서는 선을 긋기도 했다. 근로자 수가 5~6명 이상인 경우, 노점상이나 플랫폼 노동자를 지원 대상에 추가할지에 대해선 홍 부총리는 "사각지대를 어디까지 커버할지는 면밀하게 검토해보겠다"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추경 규모에 대해선 "검토 중이기에 뭐라고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을 거 같다"고 했고, 30조원을 넘을 수 있냐는 질의에는 "언론이 추측보도가 심한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전 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은 14조3000억원, 선별 지원을 했던 2·3차 지원금은 각각 7조8000억원, 9조3000억원이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질의에는 "방역이나 경기, 경제 회복, 재정 상황을 다 감안해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면서 "제 개인적인 의견은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드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선 선별지원-후 보편지원’ 원칙에 따라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표현이다.
이같은 방침은 자영업자 지원 방향이 ‘손실 보전’이 아니라 ‘피해 지원’에 맞춰줘야 한다는 기재부의 입장에서도 확인된다. 전날인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 상정 예정인 11건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관련 검토보고서에서 기재부는 집합 제한·금지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 곤란"이라는 의견을 보냈다.
기재부는 또 "감염병 환자 치료에 따른 의료기관의 직접적 손실 등을 주로 규정하고 있는 감염병예방법의 취지 등을 감안했다"며 감염법예방법이 아닌 다른 법을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법의 취지와 목적, 손실 범위와 항목의 불특정성, 손실 입증의 어려움 등을 감안했을 때, 이 법을 개정해 보상 대상을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당정 갈등’ 부각에 선긋기 나선 기재부
이를 두고 기재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코로나19 방역으로 입은 손실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자 기재부는 같은날 오후 7시 55분에 보도해명자료를 배포하고 "현재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지원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유사한 내용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라며 당정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재부는 이 해명자료에서 "소상공인 영업 피해의 특수성 등을 감안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실무적 의견을 제출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재부가 오후 늦게 보도해명자료를 내면서 이번 사안이 당정 갈등으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한 이유는 최근 여당과 재난지원금 방침을 놓고 강한 의견 대치를 벌여온 것이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4차 지원금을 준비하겠다"며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토록 하고,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추가적인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렇지만, 기재부는 이날 기재위에서도 ‘자영업자 손실보상’ 논의에 대해 ‘손실 보상’ 대신 ‘영업 피해 지원’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재부는 "부처·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적 성격, 지원대상·금액·기준을 검토·분석해 가장 효과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 중 일부는 법률에 영업 제한·금지 등으로 인한 소상공인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피해를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보상’으로 규정하면 분쟁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월 국회에서 제출될 올해 1차 추경 규모는 지난해 3차 추경 규모에 일자리 예산을 일부 보강하는 규모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 추경 예산이 너무 커지면 여당이 기대하는 빠른 추경 편성안 제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예산실은 이날 국회 기재위가 마친 후 세종시로 돌아가 추경 예산 편성 작업에 돌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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