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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고속 성장한 뮤지컬계…건강한 생태계 만들어야”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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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계의 돈키호테’

실패와 성공…끊임없는 도전

K프로듀서, 뮤지컬 산업 이끈 주역

“뮤지컬계 건전한 생태계 만들어야 하는 때”

헤럴드경제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 오디컴퍼니의 수장 신춘수 대표는 ‘뮤지컬 계의 돈키호테’로 불린다. 무도한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고, 꿈을 현실로 만들며 업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신 대표는 지금 ”뮤지컬 계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팬데믹 시대를 보내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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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 오디컴퍼니의 수장 신춘수 대표는 ‘뮤지컬 계의 돈키호테’로 불린다. 무도한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고, 꿈을 현실로 만들며 업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신 대표는 지금 ”뮤지컬 계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팬데믹 시대를 보내고 있다.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중략)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으리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넘버 ‘이룰 수 없는 꿈’ 중)

오케스트라 선율이 ‘이룰 수 없는 꿈’과 뮤지컬의 주요 넘버를 연주하자, 지하 감옥으로 시선을 둔 관객들의 눈에 기대감이 어렸다. 세 차례의 연기 끝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3월 1일까지·샤롯데씨어터)가 마침내 무대에 올랐다. 기쁨의 감격에 긴장감이 더해졌다고 한다. “거의 60일 만이었죠. 이제야 관객을 맞는구나 싶어 온몸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자신을 ‘라만차의 기사’로 확신하는 ‘미친’ 노인의 이야기. ‘아름다운 망상가’, ‘무모한 도전가’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맨 오브 라만차’는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스테디셀러다. 거리두기 좌석제로 인해 객석 점유율은 50% 밖에 유지하지 못하지만 ‘매진 사례’를 기록 중이다. 2005년 ‘돈키호테’라는 제목으로 올린 초연을 떠올리면 작품 자체가 터무니없는 시도였다. “당시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제작비를 쏟아부었어요.” 공연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때였다.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꿈들을 신춘수 대표는 현실로 매만졌다. 덕분에 수식어가 많다.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선 ‘오버도스(overdose)’라고 불린다. “미친 놈이라던데요.(웃음)” 2001년 설립,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오디컴퍼니의 신춘수(52) 대표를 만났다. 다시 시작된 공연과 작품 개발, 뮤지컬 제작사 협회 출범으로 한창 바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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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라만차’의 조승우 [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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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프로듀서, 성공과 실패 반복한 20년=“두 유 노우 미스터 신?(Do You Know Mr.Shin?)”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가 출연한 영화 ‘드림 걸즈’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자 브로드웨이에선 동양의 한 프로듀서를 주목했다. 그 무렵 ‘두 유 노우 BTS?’에 버금가는 질문이 업계에서 자주 들렸다고 한다. 무명의 한국인 프로듀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림 걸즈’의 판권을 사들여 미국 본토의 자본을 더해 한국 뮤지컬 시장에 선보였다. 그때가 2009년, 뮤지컬계 K프로듀서 등장이었다.

“‘드림 걸즈’를 만들면 연락이 쏟아질 거라 예상을 했어요. 당시 브로드웨이는 그 안에만 갇혀 있었거든요.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브로드웨이 진출은 오디컴퍼니 설립 당시부터 그린 꿈이었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9년. 그 사이 숱한 히트작을 냈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신 대표의 행보는 매순간이 도전이고, 실험이었다. 사명 역시 ‘오픈 더 도어(Open the door)’의 줄임말이다.

“모든 것이 성숙한 상태가 아니라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했어요. 작품과 함께 커진 회사였죠. 애초에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한국에만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꿈을 꿨어요. 걷지도 못하고 이제 기어다니는 때였는데 말이죠. (웃음)”

‘사랑은 비를 타고’(2001)를 첫 작품으로 올린 이후 2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 신드롬을 몰고 온 ‘지킬 앤 하이드’는 물론, ‘그리스’, ‘드라큘라’,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토드’와 같은 대형 히트작 사이 사이에 이름 없이 사라진 작품들이 숱하다.

“한 작품 성공하면 다음 작품은 ‘폭망’하더라고요. 뮤지컬 계의 대단한 스타들을 모아놓고,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주크박스 뮤지컬을 시도한 ‘더 리허설’이 오디의 두 번째 작품이었는데 완전히 망했어요.”

공격적인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제작사로서 다양성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신 대표는 공연이 좋아 ‘올인’한 라만차의 기사였다. “흥행과는 무관하게 공연을 만드는 것”이 좋아 시도했고, 참담한 결과를 얻기도 했다. ‘돈키호테’ 역시 흥행 여부만 보면 ‘실패한 작품’이었다. “국립극장에서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곤 했어요. (웃음) 다행이었던 건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좋았어요.” 20년의 경험이 준 가장 큰 교훈은 “최고의 마케팅은 ‘완성도’”라는 것이다. “완성도 없이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오래 사랑받고 성장하려면 완성도가 가장 큰 전략이에요. 잘 만든 작품은 언젠가 성과가 오더라고요. ‘맨 오브 라만차’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예요.”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목표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의 제작이다. 한 번의 실패를 바탕 삼아 전에 없던 작품을 만들 생각이다.

“‘호두까기 인형’을 제작했는데 , 너무 어렵게 만들어 아이들이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웃음) 망했죠. 지금은 어른과 아이들이 보는 뮤지컬이 나눠져 있지만, 사실 어른과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같아요.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요. 성인 취향의 뮤지컬 만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가족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그 어떤 작품보다 더 큰 도전이 될 거예요.” 이미 작품을 개발 중이다. 미국 인디 록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요시미 배틀 더 핑크 로봇’을 토대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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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_오디컴퍼니_대표.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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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시대의 뮤지컬 계 …“건강한 생태계 구축 시급”=신 대표는 제작자로서 가장 뿌듯한 일로 ‘뮤지컬 시장’을 형성한 것이라 돌아봤다. 뮤지컬 시장이 없던 시절 신 대표를 비롯한 몇몇 프로듀서가 “도전적인 사업을 통해 시장을 만들었다”. 돈키호테처럼 뛰어다닌 초반 10년, 업계의 체계를 다진 이후의 10년을 보내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다.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업계 리더로서의 각오, “오디컴퍼니의 향후 20년을 닦아야 한다”는 한 회사의 수장으로서의 무게다.

팬데믹 시대를 맞은 뮤지컬 계는 그 어느 때보다 처참했다. 공연은 줄줄이 취소됐고, 매출은 급감했다. 이 일이 생업인 앙상블 배우와 스태프는 수입이 없으니 생활고에 시달렸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뮤지컬 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라는 공통의 인식이 나오게 됐어요.” 신 대표는 지금 주요 제작사와 함께 한국제작사협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초대 회장은 신 대표가 맡는다.

“산업은 무너지고 있는데, 문화예술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간극은 너무나 컸어요. 이럴 때엔 공연을 안 하면 그만이지 않냐는 시각도 있어요. 하지만 대형 뮤지컬 한 편엔 200여명의 생계가 달려 있어요." 2년차에 접어든 ‘위드 코로나’ 시대에선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공연 산업이 조명받아야 한다고 신 대표는 강조한다. "공연 문화는 모두가 어려운 때에 한 줄기 빛 같은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단지 업종과 일하는 방식이 다를 뿐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죠.”

업계에선 현재 “새로운 방역 지침의 도입"과 "산업의 근간을 다지는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기준의 완화’와 체계적인 지원이 바탕해야 한다.

"완화된 방역 지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코로나 장기화로 관객들의 마음도 닫히고 있는 때다. “감염병으로 긴장된 상황에서 공연장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50%로 제한을 둬도 많은 공연장엔 20~30%의 관객이 앉아있다. 그 어려움을 알기에 업계는 더 절박하다. "단순 지원이 아니라, 문화 산업이 견디고 지켜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에요."

지금의 뮤지컬 계는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스태프, 배우, 제작사 모두가 계약서에 명시한 상황이 아닌데도 자발적 희생으로 무대를 올린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공연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출연료와 임금을 자진 삭감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러한 한국적 시스템 덕분에 공연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어찌 보면 불합리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뮤지컬계는 앞만 보고 달리며 고속 성장을 이뤘어요. 그러다 보니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시대에 대한 대비는 없었어요.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고 합리적 제작방식을 도입해 공연이 중단되고 취소될 때 배우와 스태프에게 보상이 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해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근간을 바로 세우고, 한국 뮤지컬 시장을 키운다는 공통의 목표로 한 번쯤 업계를 돌아봐야 합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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