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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갈등 고조…바이든, 트럼프보다 센 보호무역카드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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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4人 특별 좌담회

통상전문가들이 내다 본 '세계무역질서'

[사회=아시아경제 최일권 경제부장, 정리=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률이 최근 일 년 간 6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국간 통상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갈등’ 변수가 글로벌 통상환경에서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디지털·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대중국 거래, 투자를 제한하라는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양국 갈등에 한국 첨단기업 역시 ‘고래싸움에 새우’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기업의 활동공간을 넓히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16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세관 기준 지난해 중국의 미국 상품·서비스 수입액은 999억 달러로 당초 미·중이 합의한 목표치(1731억 달러)의 58%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1월 중국이 2000억 달러 어치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한 후 한 달 후인 2월 15일(현지시간)부터 발효한 바 있다.


최근 아시아경제가 ‘바이든 시대 세계 통상질서와 우리나라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에서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보호무역 카드를 꺼낼 것으로 내다봤다. 동맹을 상대로 힘의 우위를 과시하던 기존의 일방, 독단주의에서 벗어나 합리화된 외양을 갖추겠지만, ‘보다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라는 선거 슬로건처럼 오히려 ‘트럼프+α(알파)’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수출 주도의 한국 기업들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포함한 우리 경제의 일방적인 줄서기를 막기 위해 거래처 다변화 등 연결고리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9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지침 등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서울 충무로 아시아경제 사옥 11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김경한 포스코 무역통상실장(전무)이 참석했다.


아시아경제

9일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바이든 시대 세계 통상질서와 우리나라의 대응’ 좌담회에 참석한 김경한 포스코 무역통상실장,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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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단계 무역합의 발효 1년, 목표 58% 달성…디지털·AI 등 첨단산업 중심 對中 투자 제한 압박 커질 것
美 경제 재건·노동자 일자리 찾아주기가 바이든 통상정책 기준 될 것


▲사회=미·중 무역합의가 발효된지 1년이 됐다. 평가를 한다면.

정대진 국장=미국 통계 자료 보면 크게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자료가 많다. 또 투자문제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나오지 않았다. 무역이든 기술 제재든 중국의 부상을 최대한 늦추는 쪽으로 미국의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는 게 다수 입장이다.

정인교 교수=1단계 합의를 잘지킨다고 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 기조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중국통인 만큼, 중국계를 통해 정보를 갖고 약점을 더 파고들 것으로 본다.

김경한 전무=1단계 합의는 미국 의향에 맞춰 중국이 움직이는지를 보는 일종의 테스트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미국이 제조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게 확인됐다. 부상하는 중국이 미국의 경제, 안보, 문화까지 확대돼가는 영향력을 미국은 더 이상 용납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


▲사회=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을 요약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정 교수=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은 트럼프 정책 플러스 알파다. 취임 1주일까지 40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그 중 통상에 직접 관련된 건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구매)’ 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에 따르면 2억달러 이상만 돼도 국제 공개입찰에 부쳐야 하는데 정부조달시 자국기업을 우대하겠다는 건 WTO를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보다 센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표인수 변호사=바이든 통상정책 요약하면 선택적인 다자주의다. 이슈에 따라, 아젠다에 따라 트럼프 식의 일방적인 것도 어느 정도 있다. 소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지역적인 밸류체인으로 바뀔 수 있다. 환경 인권 문제는 다자주의인 만큼 바이든 통상은 협력할 건 하고, 갈등을 일으켜 긴장할 건 긴장하게 하는 쪽이 될 것이다.

△정 국장=세련된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로 정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가장 우선시하고 그 연장선 상에서 통상정책을 구사할 확률이 높다. 일방적으로 중국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동맹 대호를 형성해 동맹국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중국을 봉쇄하고 새로운 이슈 가령 디지털 통상, 환경, 기후변화 등을 들고 나올 것이다. WTO 개혁을 주장할 수도 있다.

△김 전무=바이든 정부는 철저하게 실리, 실용에 기반한 통상정책을 펼칠 것이다. 미국 경제 살리기, 미국 노동자 일자리 찾아주기에 집중해 통상의 가치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적으로는 반덤핑, 상계관세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조사기법도 강화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회=트럼프 행정부는 사장됐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무기처럼 썼다. 이런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까.

△표인수 변호사=경기 회복, 고용 창출은 바이든 정부가 가장 신경쓰는 국내 문제다. 바이든 정부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처럼 북미 투자를 유도할 것이다. 반도체가 미국 입장에서는 중요한데 정작 미국은 설계만 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 미국에 들어와 생산하라고 요구한다. 국방수권법에서는 반도체 분야를 별도 장(章)으로 만들어 국제 펀드를 만들테니 들어오라며 압박하고 있다.

△김 전무=트럼프에서 바이든, 공화당에서 민주당 정부로 바뀌었지만 제조업 쇠퇴 등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계속 남아 있다. 한국 입장에서 대미 또는 북미 지역의 수출여건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 현지에 들어와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건을 팔라고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본다. 바이든 정부는 약속을 유도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 조달 참여를 제한하고 미국 시장 진입을 철저히 막을 것이다. 개별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같은 조치도 당연히 지속할 거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지할 것이다.


유럽, 탄소국경세 도입 초읽기…美 반응 주목, 韓엔 기회 될수도

▲사회=미·중 갈등에서 우리에게 선택의 시점이 오는 건가.

△정 교수=앞으로 미국의 수출통제 품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유럽에서는 9월 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눌려있던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유럽 정서 변화로 미국의 대외정책도 연말쯤 다른 경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더 빠르게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국익 차원에서라도 거래처를 많이 확보해야 우리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김 전무=포스코나 삼성 모두 미중 양국에 투자한다. 미·중 밸류체인 안에 모두 들어가 있는데 한쪽의 투자를 거둬들이고 교역을 중단하는 건 기업입장에선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중국이 7년 만에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EU도 중국 시장을 포기했을 때 미국이 그 이상으로 보상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잘하고 세계 경제를 이끌 분야에서는 자국이 주도하는 밸류체인을 만들고 중국이 거기에 편입되는 걸 억제할 것으로 본다. 반면 전통 제조업, 일반 산업까지 투자를 막진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범용제품을 공급하는 중간 수준의 공업국으로 머물기를 원하지, IT 등 고부가가치산업을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중간 역할 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본다.

△표 변호사=미국은 수출통제조례(EAR)를 통해 화웨이, ZTE를 리스트에 올려놨다. 제3국 즉, 한국 기업도 이들 기업과는 거래하지 말라는 얘기다. 중국도 지난해 9월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올 1월에는 미국 제재를 준수한 기업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어느 한쪽에 올인, 올스톱 모두 안된다.


▲사회=탄소국경세가 상당한 무역장벽이 될 것 같다.

△정 국장=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아젠다는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복귀에서 알 수 있듯 기후변화다. 환경으로 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다탄소배출업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국제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다. 유럽이 6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초안을 만든다고 하는데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 전무=철강, 자동차, 석유업계 등 미국 산업의 현재 준비 수준과 미 행정부의 정책의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히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탄소관리에 부담하는 의무비율은 높다. 탄소국경세가 통상장벽이라기 보다 기회가 될 수 있다.


▲사회=무역질서에서 WTO(세계무역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WTO 복원 의지를 어떻게 보나.

△표 변호사=미국이 WTO의 한계를 많이 봤다. 중국이 너무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상소기구 또한 무력화됐다. 트럼프가 WTO를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면 바이든은 WTO를 두고 보며 유명무실화 할 것이다. 노동, 환경, 디지털 무역, 환율 등 미국이 담고 싶은 내용은 다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USMCA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지역적, 양자적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무=분쟁조정 기능은 상실했지만 WTO는 국제경제질서의 틀이다. 160여개 회원국들이 자국의 관세양허안을 기탁해놨다. 앞으로 가질 수 있는 유용성이다. 그걸 깨면서 관세구도를 재정립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미국조차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기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사회=우리 정부의 현안인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은 진척이 있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없을까.

△정 국장=정부의 CPTPP 체결 의지가 과거와 다르다. CPTPP 규범 수준이 높아 각 부처별로 위생검역(SPS), 수산보조금, 국영기업, 디지털 통상 4가지 규범에 걸쳐 수용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11개 원체결국과의 협의도 시작해야 한다. 영국이 어떤 방식으로 가입 협상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일본이 올해 의장국이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좋지 않지만 협상이 필요하다.

△표 변호사=디지털 통상에서는 국가 안보와 상업적 이용이 쟁점이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에 엄격한 반면 미국은 디지털 정보의 이동이 자유롭다. 향후 미국이 한국의 주민등록 시스템을 기반으로 집적된 헬스케어 자료에 큰 관심을 갖고 상업적 활용을 요구할 수 있다. 어디까지 열 지가 관건이다.


사회=최일권 경제부장

정리=권해영 기자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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